요새 관심사는 『임진왜란 해전사』와 『자본론: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발단은 집 책장에 처박혀 있던 한겨레문학상 10회 수상작인 『도모유키』(조두진, 한겨레신문사, 2005)를 집어 읽으면서부터다. 정유재란 당시 11개월 동안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 하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를 중심으로 일본군의 주둔과 퇴각, 조선 여인 명외와의 사랑을 리얼하게 그려낸 역사소설이었다. 도모유키가 화자인 소설은 소설임에도 전쟁 르뽀를 방불케 한다. 좀 지나니 영화 <한산>이 개봉한다고 난리였다. 한산대첩하면 학익진인데 하필이면 왜 학의 날개처럼 진을 펼쳐서 적을 섬멸해야 했는지에는 하등 관심이 없고 이순신이 왜군을 수장시켰다는 통쾌함에만 신나했을 따름이었다. 그만큼 피상적일 뿐이었다 조선 수군에 관한 나의 인식은.
유투브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알고리즘에 이끌려 한산대첩에서 패한 와키사카 야스하루의 시선으로 본 이순신의 불패 신화 <이순신, 불패의 장군 신화가 되다 1~2부>( KBS 역사스페셜, 2003.06.14/21. )와 이순신이 만든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고증하는 <거북선 머리는 들락거렸다>(KBS 역사스페셜, 1999.02.13. 방송)에까지 이르렀다. 마침 집 책장에 역시 처박혀 있던 『임진왜란 해전사-7년 전쟁, 바다에서 거둔 승리의 기록』(이민웅, 청어람미디어, 2004)이 눈에 띄었다. 십수년 전 읽으려고 샀다가 고대로 책장에 묻혀 버린 책이다. 책은 당시 현역 해군 소령이었던 저자가 박사 학위 논문인 <임진왜란 해전사 연구>를 다듬고 보태어 만든 것으로 영웅·순국사관으로 편향되었거나 소홀했던 역사적 실체로서의 이순신과 이순신 함대를 학문적으로 조명했다. 국뽕은 잠시 제쳐두고 『 도모유키』처럼 읽혀지는 느낌이다. 조선 수군 탐색은 『난중일기』와 『칼의 노래』를 다시 읽음으로써 마무리되지 싶다.
죽기 전에 독파해서 통달까지는 못해도 이해의 꼬리라도 꼭 붙잡고 싶은 책은 『주역 』과 『자본론: 정치경제학 비판 』이다. 이들은 나에게는 난공불락이면서 동경과 애증의 대상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 두 책만은 꼭 제대로 읽고 싶다는 욕망과 독서력이 겨우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인간이냐는 자괴감 증폭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지 이미 오래다. 본서 돌진은 언감생심이고 기껏해야 해설서만 주워섬기다가 그마저도 문해력이 달려 관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중고서점에 들러 교양인인 척 수준에도 안 맞는 책을 사던 때가 있었더랬다. 아마 그 시절 사두고 아니나다를까 집 책장에 처박아 둔 채 있는 듯 없는 듯하던 책이 『자본을 넘어선 자본 』(이진경, 그린비, 2004)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소설책만 읽으니 질리기도 했고 그 놈의 자본론이 뭐길래 사람 속을 두고두고 긁냐고 불뚝성이 나서 꺼내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비록 해설서이긴 하나 읽혔다. 도대체 그간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마르크스의 용어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인지 감개가 무량했다. 내처 고병권의 『자본 』 시리즈(천년의상상) 12권 중 『1. 다시 자본을 읽자 』, 『2.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을 사다 읽는 중이다. 쉽진 않으나 그렇다고 고역도 아니다. 드디어 마르크스가 내 마음에 들어오려나 보다. 고병권의 시리즈 12권을 다 읽으면 본격적으로 『자본론: 정치경제학 비판 1~3 』(마르크스 저/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2015)으로 돌격할 작정이다. 나, 어쩌면 대가리가 조금 커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