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60)

by 김대일

(오늘은 고종석의 글로 갈음한다. 얼마나 더 실연하고 결핍해야 내 언어는 치열한 노래가 될까.)

좀처럼 움직일 줄 몰라 내게 다가오지 않는 사랑도 슬프다. 이 슬픔을 매우 슬프게 표현한 스페인어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영어 첫걸음』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Spanish without Toil』이라는 책으로 스페인어를 익히면서 알게 된 노래다.


Aunque tu no me quieras

Tengo el consuelo

De saber que tu sabes

Que yo te quiero


비록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내겐 위안거리가 하나 있으니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걸

그대가 알고 있다는 것

이것은 패배자의 노래다. 그러나 승자의 노래가 심금을 울리는 경우는 없다. 문학사가 특권적 자리를 부여한 운문 작품이든 노래방에서 소비되는 유행가든, 사랑의 언어는 대체로 실연의 언어고 이별의 언어다. 사랑은 결핍 상태에서 가장 치열하기 때문이다. (고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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