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산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유칼립투스를 먹지 못한다. 유칼립투스 잎이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자 작가인 이정모가 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바틀비, 2018)은 독성이 강한 유칼립투스 잎을 코알라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코알라의 장내 세균의 힘이란다. 동물은 섬유질을 소화하는 효소를 10 가지 정도만 만들어내지만 장내 세균은 수천 개의 섬유 분효 효소를 분비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뱃속에 복잡한 장내 세균이 있을 리 만무한 갓 태어난 코알라 새끼에게 장내 세균은 어떻게 전달될까?
코알라는 유대류다. 처음 태어날 때는 몸무게가 1그램도 안 된다. 털이 나지 않은 미숙아로 태어난다. 모든 유대류가 그렇다. 우선 육아낭 속에서 젖을 빨면서 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코알라의 육아낭은 거꾸로 달렸다. 캥거루 새끼가 어미와 똑같은 세상을 보는 것과는 달리 코알라 새끼는 육아낭에서 고개를 내밀면 어미 엉덩이가 보인다.
코알라 새끼는 젖을 뗄 무렵이 되면 어미의 항문에 입을 대고 어미의 똥을 먹는다. 똥 속에는 반쯤 소화된 유칼립투스 잎이 들어 있다. 이런 식으로 유칼립투스를 먹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 똥에는 어미의 장내 세균이 들어 있다. 어미 똥을 통해서 유칼립투스 잎에 대한 맛을 알게 될 무렵이면 새끼의 장 속에도 유칼립투스의 독성을 제거하고 소화시키는 세균이 풍성해진다.(위의 책 15~16쪽)
내 딸들이 내게서 세상의 독성을 제거하고 소화시킬 유익한 양식良識을 발견했을지 궁금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코알라의 똥보다 못하고 하찮은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