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지 불역열호를 누가 모른대

by 김대일

①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삶은 엄청 고달프다.

②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삶은 엄청 편하다.

②번이 정답인 이유가 대한민국 학생은 책상 앞에 앉아 있기만 하면 임무 끝이기 때문이란다. 가만히 앉아서 무엇을 공부할지, 어떻게 공부할지,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다. 머리 쥐어짤 필요 없이 듣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고 질문 받으면 모르겠노라 말하면 괜찮기 때문이란다.

그러고는 배우면 안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의 실력이 자신의 실력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 같다를 안다고 착각한다. 설명할 줄 모르면서 안다고 큰소리친다. 시간도 돈도 에너지도 많이 투자하지만 지식도 지혜도 보잘것없는 이유라고 현직 교사는 신문 기고문에서 통탄해한다. 학이學而는 하는데 시습지時習之가 안 되니 열說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소리다. 기고문을 좀 더 들여다 보자.

학생도 학부모도, 심지어 교사들도 모른다.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땀 흘리지 않고 얻으려는 욕심은 도둑의 심보라는 사실도. 공부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상식조차 알지 못한다. 익히지 않으면 배운 것도 도망쳐버린다는 진실은 더더욱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땀 흘리지 않으면 실력을 키울 수 없다는 사실, 반복하지 않으면 알았던 것도 사라져버린다는 사실, 사교육은 익힘의 시간을 빼앗아가기에 실력 향상을 방해할 뿐이라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을 알아야 실력을 키워갈 수 있는데.(권승호 전주 영생고 교사, <기고- 공부는 배움보다 익힘이다>, 경향신문, 2022.08.18. 에서)

숟가락으로 떠다 먹이면 씹기라도 잘 해야 할 텐데 그조차도 할 줄 모르고 아예 안 한다는 소리다. 공자 할배가 배우는 것과 익히는 건 다르다고 힘주어 말한 이래 수천 년 동안 진리로 통하는 바를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왜 이다지도 난제가 되었는지 필자가 진정 모르는 건지 아는 데도 모르는 척 시침을 떼는 건지 궁금하다. 기고문을 관통하는 원론은 깊이 공감하고 곱씹을 만하지만 왠지 래디컬하면서 순진하기까지 한 현직 교사인 필자가 마치 남의 일 말하듯 하는 건 좀 거북하다.​

https://m.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208180300015/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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