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서 뭔가가 급락한 걸 직감한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 뒤이어 고통이 극에 달한 듯한 까마귀의 단말마의 비명이 들리면 당신, 뒤를 쳐다볼 자신이 있는가.
일요일 새벽 출근길. 코너만 돌면 장산 지하철 역 입구였다. 코너를 막 도는데 바로 뒤에서 묵직한 뭔가가 난데없이 땅바닥에 철퍼덕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두어 발자국 뒤에서 벌어진 참변의 정체가 까마귀라는 건 먹이를 찾아 아침 공기를 가르며 활강할 때 내는 울음소리가 아닌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어서 알았다.
식은땀이 흘렀고 몸서리가 쳐진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지하철 입구로 냅다 내달렸다. 얼른 전철을 탔지만 마음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불현듯 죽어가는 자기를 살려 달라고 내게 간청하는 듯했던 까마귀 울음소리가 환청이 되어 점방 가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어쩌지 못할 게 분명하다. 새 공포증이 유독 심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새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새 깃털만 스쳐도 노이로제 증상이 일어날 지경이니까. 그러니 그 까마귀는 안타깝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셈이다.
마른 하늘에 잘 날던 까마귀가 느닷없이 추락한 이유가 뭔지 당최 짚이는 구석이 없다. 주변에 고압선이 흐르는 시설이랄 게 아무리 둘러봐도 없으니 감전사일 리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불길한 새벽이었다.
마수걸이 손님이 앉자마자 "죽은 고양이는 그 뒤 어찌 됐소?" 물었다. 기억난다. 이 손님이 내 점방에 왔을 무렵 고양이 한 마리가 점방 앞 도로 주차장 한 켠에 숨진 채 널부러져 있었다. 처음엔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줄 알았지만 미동이라곤 전혀 없어서 사체임을 직감했다. 자연사였는지 돌연사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한두 시간이 흘렀을까. 누가 신고를 했는지 '동물 사체 처리반'이라는 문구가 박힌 차량이 와서는 수거해 갔다. 손님은 일전에 점방 들렀었다는 걸 죽은 고양이 얘기로 에둘러 상기시키려 했던 게다. 그걸 간파했지만 그날 아침 참변을 떨쳐 버리지 못한 나는, "손님 오는 날은 동물이 막 죽어나가요." 쓸데없는 소릴 지껄여 버렸다. 실언이었다. 하지만 손님이 말하지 않았음 몰랐을 고양이와 그날 까마귀가 공교롭게도 연상 작용을 일으켜 나는 그가 그만 저승사자인 양 섬뜩하게 느껴지고야 말았다.
그 손님 다음부터 내 점방 발길 끊는다에 내기를 걸면 무조건 딴다. 이발할 때 거울에 비친 손님 얼굴을 봤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