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by 김대일

투블럭 스타일을 고수하다 짧은 상고머리로 바꾼 젊은이는 3주마다 점방을 찾는다. 윗머리는 덥수룩하고 아랫머리는 깔밋하게 밀어버려 바가지를 뒤집어 쓴 듯한 형상의 투블럭 머리를 단정한 상고머리로 바꾸자면 윗머리와 아랫머리의 숱이 조화를 이룰 원상복구 시간이 필요하다. 3주마다 내게 머리를 맡긴 지도 어언 삼사 개월이 지났지 아마. 이제는 절도 있는 장교머리처럼 모양새가 갖춰지는 성싶다.

엊그제 왔을 때 문득 그의 신상이 궁금해졌다. 앳되 보이는데 학생같지는 않고 직장인이라고 하기에는 행동거지가 자유분방했다.

- 학생이우?

- 아닙니다.

- 그럼 직장인?

- 알바생입니다.

- 어디서?

- 편의점이요.

9,620원하는 최저시급만 받으면서 일주일에 네 번 일한다고 했다. 9,620원에 380원을 더 얹어 주면 계산하기도 편하고 종업원도 기분 좋고 노사 간에 얼마나 화기애애하겠느냐며 농을 걸었지만 그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며 어이없어하는 듯했다. 최저시급이라도 받으면 다행이고 최저시급 이하로 주는 악덕 편의점주도 심심찮게 있다 했다. 이를테면 입지가 외져 손님이 뜸해 일거리가 적은 편의점은 대놓고 최저시급 밑으로 주는 조건으로 알바를 받는다나. 법으로 정해진 최저시급도 안 주면서 사람 쓰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니냐, 그럴 거면 뭣하러 사람을 쓰냐며 핏대를 세우자 "그러니까요" 맞장구를 치면서도 "정식 직원으로 들어갈 직장을 알아보지만 안 보이니까 그렇게라도 알바하는 거예요" 지독한 체념에 굴복한 자의 음울한 넋두리에 나까지 숙연해졌다.

부산의 한 사립대에 들어갔지만 등록금이 비싸 중도에 포기하고 알바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하루 평균 7시간, 일주일의 나흘을 일해 번 12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수입으로 그가 펼칠 인생의 꿈은 별로 없어 보였다. 친한 친구의 공무원 도전 성공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대학 진학은 포기한 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려 1년 만에 합격했다고 한다. 일찍이 대학 진학의 무용성을 간파한 이의 현명함과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불굴의 의지에 젊은이는 큰 감동을 받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함으로써 안정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한 친구가 몹시도 부러운 눈치였다. 혹 제법 말귀를 알아먹는 성싶은 동네 깎새에게 친구의 성공담을 읊으면서 이 지긋지긋한 시급인생을 청산할 유일한 길은 오로지 공무원 도전이라며 스스로 전의를 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15분 남짓 되는 커트 시간은 유독 청년들한테만 불평등한 이 빌어먹을 장벽사회를 토로할 만큼 진지할 수가 없다. 어느샌가 말문을 닫고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게 친절해 뵈는 이 깎새조차 이 시대 청년을 무참하게 곤궁에 빠뜨리는 기성세대와 한통속이라서 속내를 더 드러냈다가는 자칫 적한테 백기 투항하는 우를 범할지 모르니 자중하겠다는 경계의 제스처라고 한들 나는 반박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젊은이와 나 사이의 공감 거리는 딱 거기까지다. 응원이랄지 격려랄지 뭔가 더 전하고 싶었지만 불현듯 공허해졌다. 공교롭게도 그날 아침에 읽은 한 편의 짧막한 미래공상소설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한 일간지 칼럼이 휙하고 내 뇌리를 스쳐서였다고만 해두자.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9010300065/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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