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남긴 죄餘桃之罪

by 김대일

『한비자』 <세난說難> 편에 나오는 고사다.

옛날 위衛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었는데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에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도록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밤,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들었다는 소식에 미자하는 임금의 허락 없이 슬쩍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한창 미자하를 총애하던 때라 임금은 이 일을 듣고 어머니를 위해 발 잘리는 벌도 잊었다고 그를 칭찬했다. 그리고 어느 날 미자하는 임금과 함께 정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따서 먹게 되었다. 맛이 아주 달아서 나머지 반쪽을 임금에게 먹으라고 주자,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미색이 쇠하자 임금의 총애도 식었다. 한번은 미자하가 임금에게 죄를 지었다. 이때 임금은 이렇게 말하며 벌을 내렸다.

“미자하는 본래 성품이 좋지 못한 녀석이다.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고, 또 일찍이 먹던 복숭아를 과인에게 먹으라고 한 적도 있다.”(김원중, <한자로 읽는 고전>에서)​

칼럼(이주현 이슈부문장, <편집국에서-'핵관' 논란과 미자하의 고사>, 한겨레, 2022.09.06)의 필자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초·재선 국회의원들을 공략하며 '신핵관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대통령이란 자와 '윤심'을 간파한 초·재선들이 법원의 비상대책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최고위로 돌아가자는 중진들을 저지하는 꼴을 두고 황제의 신임을 놓고 다투는 막장 시대극과 별로 다를 바 없다면서 미자하 고사를 꺼내든다. 한비자는 '미자하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으나 변한 것은 군주의 마음'이라고 짚었는데 이 고사를 애증지변愛憎之變 '윤심'에 나부끼는 각종 핵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면서 칼럼을 끝낸다. 말하자면 역린을 건드리지 않고 안전하게 재공천을 받기 위해 알아서들 기는 거지만 정작 군주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여 그 마음을 얻기가 참 힘드니 차라리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에돌려 충고를 한 거라고 본다.

하지만 미자하 고사를 읽고 또 읽어봐도 필자가 왜 이 고사를 끌어들였는지, 미자하 고사가 칼럼의 논지와 과연 어울리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누가 군주(대통령)인가. 어떤 한 사람이 군주(대통형)인 양 깝죽대긴 하지만 과연 그만한 깜냥이 있기나 한가. 그러니 칼럼은 그 전제부터 틀려 먹었다. 고로 미자하 고사는 여기서 써먹는 게 아니다.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057586.html#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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