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원 적금

by 김대일

그제 저녁 마감하려는데 큰딸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빠, 내일 엄마 생일이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왜?" 되물었다.

"유빈이가 내일 엄마 생일이래잖아. 그래서 아빠한테 물어보는 거야."

막내딸이 음력을 양력으로 착각했다. 가악중에 물어보는 통에 나도 살짝 헷갈리긴 했지만 벽에 걸린 달력에 해 둔 표시를 보곤 확신했다. 분명히 아니라고.

나이 먹을수록 결혼기념일은 깜빡깜빡하는데 마누라 생일은 요지부동이다. 헐빈한 주머니 사정 탓에 감동이 넘쳐나는 기념비적인 생일 선물을 고르고 장만하는 데 매번 애를 먹고 결국 두 손 부끄럽게 변변찮기 일쑤이지만 섭섭하다는 둥 성의가 없다는 둥 개운찮은 뒷말 안 남기려고 생일 시즌이면 남몰래 엄청 궁리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한테만 살짝 귀띔할 게 있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생일 준비를 일찍 시작했다. 6개월 전부터, 그러니까 점방을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천 원씩 매일 불입하는 적금을 들었다. 천 원 단위는 돈으로 취급을 안 하는지 잔돈 불입하는 적금 상품이 아예 없는 시중은행에 비해 내가 거래하는 인터넷은행에는 불입액 천 원 이상, 기간 6개월 이상으로 설계가 가능한 자유적금이 있어서 그걸로 마누라 생일을 도모하려고 작정한 것이다.

남들은 우습겠지만 매일 3천 원씩 불입하는 적금을 든 배경에는 나만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어연번듯한 점방을 꾸리는 장사치로 아무리 못 벌지언정 3천 원짜리 적금 하나 건사 못 하겠냐는 자신감과 3만 원은 버거워도 매일 3천 원 정도는 내 요량껏 유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만큼 내실이 쌓였다는 자신감 말이다.

만기일은 마누라 생일 며칠 전이다. 원금만 55만 원 가량 될 게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빳빳한 5만 원짜리 지폐로 30만 원을 넣은 봉투를 건네주며 참견 안 할 테니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호기를 부려볼까 싶다(나머지는 생일 파티 비용으로). 아, 물론 봉투에는 그 30만 원을 어떻게 장만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한 편지도 동봉해야 한다. 안 그러면 마누라 뱀눈 뜨고 의심한다니까. 그런 돈 나올 구석이 없는 인간인 줄 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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