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무게 추

by 김대일

어제 이른 아침에 벌어진 일이다. 6시에 일어나 알바 출근 준비하는 큰딸이 제 방에서 불 좀 켜 달라면서 나를 불렀다(누굴 닮았는지 손 뻗으면 닿을 일도 동생이나 아비를 못 부려 먹어 안달인 녀석이다. 근데 지 엄마는 또 못 건드려). 스위치를 막 켜려는데 큰딸 오른쪽 어깨에 작은 별 문양 비스무리한 게 여남은 개 둥그렇게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두 번 생각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타투였다. 자세하게 보려고 다가서자 움찔대던 녀석이 제 몸을 내 쪽으로 휙 돌려 버린다. 담 넘다 걸린 도둑놈모양 오금 저려 했다.

- 지워지는 거야, 아니야?

긴지 아닌지 의사표현이 명확하지 않고 캔디 눈망울만하게 커진 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거짓말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실토도 차마 못하겠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일 때 드러나는 녀석 특유의 모습이다.

- 엄마한테 말하지 마.

- 잘도 안 들키겠다. 할 거면 미리 상의했어야지.

-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할 거잖아.

- 그건 맞지.

상의해봤자 허락 안 떨어질 게 뻔하니 일단 저지르고 보겠다는 약간은 무모한 전략은 큰딸의 성향과 그간의 행적으로 미루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보다 그런 기질이 내 젊은 날의 치기와 얼추 겹쳐 과연 피는 못 속이는 법이라는 대물림의 경이로움에 그저 경탄할 따름이다. 가상한지고! 하여 녀석이 제 몸뚱아리를 타투로 도배질을 했다 한들 신체발부 수지부모인 전통적 가치관을 위배한 불효막심한 자식이라고 비난할 마음 전혀 없다.

다만, 불현듯 밀려드는 어떤 소회로 기쁜지 섭섭한지 어째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살며 긴박하게 중요한 판단을 요할 지경에 직면했을 때 누구보다 자신의 결정에 무게 추를 더 둘 만큼 큰딸은 이미 커 버렸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좀 벅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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