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괴소리

by 김대일

먹다 남은 추어탕에 밥 말아서 저녁 한 끼로 때우라는 마누라 말을 귓등으로 흘려 보내고 바로 잠자리에 든 건 그제 퇴근 이후였다. 출출하기로야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먹는 행위 그 자체가 느닷없이 지겨워졌다. 직접 밥을 차려 먹고 나서 그릇들을 부시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귀찮은데다 먹을 때가 됐으니 주린 배를 채우자는 동물적 본능이 경멸적으로 여겨져 그길로 방문을 닫아 걸었다.

간헐적 단식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저녁 끼니를 건너 뛰니 다음날 아침이 한결 가볍긴 했다. 다음날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이고 온전히 내 담당이라 새벽에 일어나 바삐 출근 채비를 마치고 쓰레기까지 버리고 나니 아침 먹을 시간이 없어 본의 아니게 연달아 식사를 거르고 말았다.

아침은 왕처럼 먹으라는 금언을 금쪽같이 여기는지라 편의점 들러 김밥 한 줄 사서 점방 탕비실에서 허겁지겁 먹던 중에 이렇게까지 꼭 먹는 것에 연연해야 하는지 살짝 회의스럽다가도 이거라도 안 먹다간 일하는 데 힘이 부쳐 머리를 이따위로 깎느냐는 볼멘소리가 평판으로 굳어져 점방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끼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정 경제 자립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제 딴에는 심오한 먹고사니즘에 자못 심각해진 나머지 허튼생각일랑 집어치우고 남은 김밥 입 안으로 다 처넣고 걸신 들린 듯이 우적우적 씹어 댔다.

김밥 한 줄로는 도무지 양이 안 차 탕비실 냉장고를 뒤져 있는 음식 없는 음식 싹 꺼내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하늘이 두 쪽 나도 아침만은 절대 안 거르는 자신을 대견해하면서도 못 먹고 죽은 귀신이 씐 놈마냥 하루 죙일 먹고 자빠지면 뭐 하나, 파리 날리는 점방에서 일다운 일 없어 먹은 게 다 아랫배 살로 가니 그게 미칠 노릇 아니겠냐, 버는 건 별론데 처먹는 건 줄지를 않으니 쌀독에 거미줄 치는 건 시간 문제라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겠다고 괜히 수심 깊은 척한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나도 모르겠다. 눈치챘는가. 허기가 져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도긴개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