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내 앞에는 지금 내가 바른 새치 염색약을 씻어 내기 위해 샴푸를 기다리는 한 중년 남자의 머리통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를 되뇌이면서 그 남자의 갈피를 더듬어 보고자 애쓴다.
남자는 처음부터 이 가게 단골이었을지, 아니라면 가게를 바꾼 연유가 무엇일지가 궁금한 남자의 과거이고,
꼭 보름 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 도포한 염색이 더 감쪽같은지, 염색부터 샴푸에 이르는 일련의 내 제스처가 전보다 그럴싸한지, 이 가게에서 근 보름에 한 번 꼴로 보는 알바(나)에 대한 손님의 평가가 후한지 박한지 그것이 궁금한 남자의 오늘이며,
가게 원장이 부재 중이거나 만약 불가피하게 이 가게를 내가 인수한다 치면 남자는 예전처럼 이 가게를 보름마다 들러 나한테 머리를 깎고 염색을 할 건지, 창졸간에 발길을 뚝 끊은 손님을 유인할 방법은 무엇인지 골몰해야 하는 건 남자의 미래다.
장사는 점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방문객)의 갈피를 더듬어 볼 줄 아는(흉내라도 낼 줄 아는) 깜냥만 돼도 망할 리 없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환대까지 받을지니. 다만, 뻔히 아는데도 뜻대로 아니 되니 문제다. 오묘한 상술의 세계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