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70)

by 김대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졸아라

고운기


점심때 구내식당에 내려가면

밥을 받는 동안 아는 얼굴들이 자꾸만 눈짓을 한다

식판을 들고 어정쩡하게 끼여드는데

마침 반쯤 넘게 먹고 난 다음이면

대체로 선배인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는 신병훈련소 식사 때보다 더 빨리 수저를 움직여야 한다

제기랄, 속으로 짜증이 난다

혼자 먹게 내버려둘 수 없나

똥쌀 때 혼자인 것처럼


그러나 이율 배반이다

나는 무리의 자식일 뿐이었다

학교라는 조직에 들어 넥타이 매고 출근하고, 학회에 가입하고, 문단에 나가고,

동인을 만들고 게다가 없던 모임마저 새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나는 거기서 먹이를 얻고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러면서도 귀찮다니, 혼자인 게 좋다니,

떠드는 건 아무래도 얄팍한 뒤집기다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오며 곰곰 생각한다

혼자라는 희망은 나에게 분명코 허위였다

큰 먹이는 여럿이 모아 얻어내고

그 가운데 조금 내 몫 챙겨 돌아서며 안도했었다


계단을 오르며

이미 구수하지 않은 밥 냄새를 뒤로하며

나는 반성한다,

졸 때 혼자인 것처럼

죽을 때 혼자인 것처럼

혼자서

혼자서

(프랑스 사상가 미셸 푸코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라는 단어를 '주어진 사회 공간에서 발견되지만 다른 공간들과는 그 기능이 상이하거나 심지어 정반대인 단독적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어려우니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린이들이 부모 몰래 숨고 싶어하는 이층 다락방 같은 공간, 신혼의 달콤한 꿈을 꾸는 여행지, 혹은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듯한 카니발의 세계나 놀이공원 같은 공간이 실제화된 유토피아를 헤테로토피아라고 이름한다(승효상).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 헤테로토피아라는 공간이 개인적이고도 단독적인 성격이 짙다는 데 있다. 즉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맞서서, 어떤 의미로는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들', 일종의 '반反공간(cntre-espace)'.

사회적이면서 단독적이길 바라는 인간의 이율배반성은 항시 중화 내지 정화를 요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투쟁이 곧 즐거운 고독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즐거운 고독을 직면하는 데 내 점방은 무척 유용하다. 하여 시의 제목처럼 매일 점방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졸'고 자빠진 나를 나는 안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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