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지어

by 김대일

내가 좋아하는 낱말 중에 '도그지어(dog's ear)'가 있다. 책을 읽다가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은 게 옆집 얼룩강아지 바둑이의 귀를 연상시켜 일단 어감이 귀엽다.

도그지어는 읽은 데까지를 표시하는 의미이면서 진한 여운이 남는 인상적인 대목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 쓰이기도 한다. 내가 그 책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의 표시로 도그지어를 활용하는 셈이다. 꼭 책뿐이랴. 빡빡한 인생을 매끄럽게 만들어 준 사람을 안 잊으려고 나는 내 추억 속 도그지어를 고이 접곤 한다.

접어두었던 도그지어를 펼쳐 그 사람을 회상하면서 언젠가 한번은 재회할 그날을 기다리는 건 설레는 일이다. 설령 오늘의 그가 빛바랜 과거 속 사람과는 영 딴판으로 둔갑했다 하더라도 결코 실망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늘 갖추려고 애쓰면서.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그가 끼친 지대한 영향을 감안하면 나는 사람이 변했다고 낙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쩌면 김연수라는 작가가 도그지어에 대해 끼적거린 것과 맥이 닿을지도 모르겠다.

도그지어(dog's ear)라는 건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는 일을 뜻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접어놓는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접어놓은 삼각형들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연수)

기억 속 도그지어 하나를 펴본다. 떠오르는 사람, 오늘따라 그가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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