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주고

by 김대일

야생 새는 시속 30~70km의 빠른 속도로 나는데, 유리벽을 '뚫린 공간'으로 착각해 부닥치면 대부분 즉사한다.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면, 한 해 국내에서 건물 유리창에 부딪히는 조류는 765만 마리, 방음벽에 충돌하는 조류는 23만 마리로 추정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함박초등학교 앞 방음벽 앞에서 유리에 스티커를 붙여 새들의 충돌을 막는 30여 명의 '새 친구들'에 대한 한겨레 기사(2021.06.14.)는 흥롭다.

투명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일정한 간격으로 손톱만 한 스티커를 붙이면 새들은 이 작은 점들 덕에 유리창을 허공이 아닌 장애물로 인식한다. 새들은 좁은 공간으로는 날지 않는 습성이 있어 장애물로 보이는 유리창을 피한다고 한다.

본능에 몸을 맡기다 벽에 부딪혀 개죽음 당하는 새는 아무 잘못이 없다. 새가 나는 길에 아무런 표식도 없이 벽을 그것도 투명한 벽을 세운 게 문제지. 투명벽을 세운 사람은 새를 살린다고 그 벽에 스티커를 붙인다. 병 주고 약 주고.

사람 사는 세상도 비슷한 것 같다. 마음의 불치병, 만병통치약을 양손에 들고 야루는 이상한 성질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천지삐까리다. 홍도가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까닭이 다 있는 법이니. 차라리 안 주고 안 받으면 세상 편할 테지만 그럴 거면 남해 어디 외진 무인도에나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보기에 좋다는 등의 이유로 외벽 전체를 유리로 설계하는 건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봉사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공공건물에 격자무늬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면 가시적 효과가 날 거라는 녹색연합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 보면서 나한테 접근하는 저 인간이 혹시 등 치고 배 만질 간특한 자인지를 미연에 가려내는 영특한 AI를 스마트폰에다 탑재하면 가시적 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시답잖은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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