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욕

by 김대일

('남을 업신여겨 욕보임'이란 뜻,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마누라가 귀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의 뜻을 주절대지 않아도 다들 잘 안다. 그럼 그 반대 속담은 뭘까? 사람이 미우면 공연히 트집을 잡아서 억지로 허물을 지어낸다는 의미로 쓰이는 속담은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이다. 발뒤꿈치가 달걀을 닮았다면 둥글둥글 예쁘기만 할 터인데 며느리가 미우니까 그런 발뒤꿈치도 공연히 미워 보이는 거다. 며느리가 예뻐 봐라, 동네방네 발뒤꿈치가 달걀처럼 예쁘다고 떠들고 안 다니겠냐 말이다.

유년시절로부터 나의 연인은 '오드리 헵번'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영화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이래로 말년까지 이어진 인류애적 활동을 접하면서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데 더없는 영광을 누리며 그녀를 내 마음 속에 유일무이한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영원히 각인시키기에 이르렀다. 1992년 암 투병 중임에도 소말리아 유엔아동기금 급식센터를 찾아 영양실조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은 자선활동과 난민 구호활동에 헌신한 그녀를 상징하는 유명한 사진이다. 그녀는 이듬해인 1993년 사망했다. 향년 63세.

캄보디아까지 가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은 하필 오드리 헵번의 소말리아 사진과 구도나 포즈가 쌍둥이나 다름없었다. 오드리 헵번을 코스프레한 걸로밖에는 볼 수 없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며 공연한 트집 잡지 말라고 볼멘소리가 그쪽에서 나오나 본데 일부러 매를 버는 형국이다. 허나, 지금까지 추태는 그렇다 쳐도 나로서는 이번만은 용서를 못하겠다. 6개월 내내 하는 짓이 추저분하고 엉망진창이라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졌음에도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아예 무시하면서 근근이 살았건만, 다른 건 몰라도 오드리 헵번을 동원해서 아닌 걸 긴 척 하는 가식만은 도저히 역겨워서 못 봐주겠다. 아, 오드리 헵번을 능욕하지 말라! 그러다 너희들 진짜 훅 가는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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