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하지 말지어다

by 김대일

지난 일요일까지 매상은 괄목할 만했다. 비수기로 접어드는 11월임에도 둘째 주까지의 매상 그래프만 보면 가파른 경사로 치고 올라가는 형국이라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초순 매상으로만 비교하면 초반 끗발이 제일 좋았던 9월(명절 특수에다 예상치 못했던 가욋벌이로 거품이 낀 게 역력하지만)보다 매출액만 약간 처질 뿐 실속(이를테면 커트 손님 수 따위)은 더 챙겼다. 하물며 거의 1.5배나 벌어지는 평달에 견줘 봐야 입만 아프다. 개업한 지 1년도 안 된 마당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요, 주인이 독실한 신자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도 구태여 온종일 찬송가만 틀어재끼는 바람에 손님들 심기를 불편케 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한 블록 뒤 커트점의 구살머리쩍은 행상머리로 인한 반사이익인지 이변의 까닭을 요리조리 따져 보다가 관뒀다. 그것보다는 고무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게 먼저일 듯싶어서 말이다.

저녁 마감 무렵 매상 장부 보는 게 행복했다. 뻔지르르하게 바닥만 벅벅 기기 일쑤이다가 산 정상을 목전에 둔 듯한 벅찬 정복감에 도취된 나는 이번 달 목표 매출액을 과하다 싶을 만치 높게 잡은 뒤 일지 위에다 커다랗게 쓰고도 모자라 그 뒤에다가는 느낌표까지 토르의 망치처럼 그려 넣었다. 하루하루 이변을 연출해 나가다 보면 돌아오는 월말 큰일 한 번 내겠는데! 꿈에 부풀었다.

세째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다른 날의 반의반도 안 되는 매상을 앞에 두고 쉬어가는 코너일 뿐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쉬는 날인 화요일 재충전해서 수요일부터 다시 고속엔진을 점화시킨 뒤 이후로는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하지만 반의반도 안 된 월요일 매상의 또 반의반도 채 안 되는 수요일 매상을 받아들고는 당황하다 못해 멘붕까지 온 나였다. 갑자기 무슨 조화야? 수능시험이 코앞이라서 그런가? 수험생이 시험 치르는 거랑 커트점 매상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가소로워졌다. 장사가 어디 내 뜻대로 됐던 적이 있었나, 내가 오란다고 올 손님도 아닌데 김칫국만 진탕 퍼마신 꼴 아닌가, 장사한 지 8개월이 다 지나가도록 도대체 뭘 깨우쳤단 말인가.

장부를 덮고 마감 청소를 하다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 교만하지 말지어다, 교만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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