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by 김대일

스물 두 살 때 감전사고로 두 팔과 한쪽 다리가 절단됐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50이 넘은 나이에 교수가 된 남자의 사연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봤다. 게스트는 자기 사연을 갈무리하면서 "제가 살아가던1980년대에는 장애인이라는 소리도 안 했다. 병신이라고 했지. 눈이 큰 사람이 있고 눈이 작은 사람이 있듯이,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이 있고 건강한 사람이 있다 이런 형태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부탁했다.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자막에서조차 표기를 안 하는 '병신'이라는 단어를 듣고 나는 그만 부끄러웠다. 그건 한갓 해프닝이 아니었다.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된 위선이 여실히 드러난 본질적인 사건이었고 평생 아물지 않을 생채기로 남았다. 그 뒤로 나는 아예 '장애', '장애인'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지 않는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불순하게 분간하려는 시도조차 안 하게 내 머릿속에서 개념 자체를 지우고 싶다.

주말에는 알바로, 평일에는 이용학원을 나가며 한창 실무를 연마하던 작년 어느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용학원에서 무료이발 봉사를 하던 나는 작업을 다 끝냈는데도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은 않고 머리를 다시 손 봐달라며 떼를 쓰는 40대 사내한테 무심코 "여기서 더 깎으면 병신처럼 보인다"고 일갈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사내는 벌떡 일어나 둘렀던 커트보를 험하게 풀어 나한테 집어던지면서 "병신 머리 깎아 주는 너 참 잘났다 씨발새끼야!" 내지르더니 그길로 나가 버렸다. 그 사내는 한 쪽 팔을 전혀 못 쓰는 장애인이었다.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버린 나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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