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매상 중에서 팁으로 보태는 금액은 평균적으로 1만 원 내외다. 요금 싼 맛에 찾는 커트점인데 팁을 주는 건 앞뒤가 안 맞아서 제값만 치르는 손님이 대다수이지만 점방 들를 적마다 꼭 얼마를 더 보태는 손님도 없지 않다.
Y형은 커트하고 두피마사지까지 받고 나면 어김없이 만 원짜리 한 장 건네고는 표표히 떠난다. 미국에서 살다 와 미국 질이 들어서라고 둘러대지만 처음 점방을 찾을 때부터 우수리를 사양한 까닭이 먹고 살아보겠다고 아득바득대는 후배를 위한 격려의 다른 표현임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형이 주는 팁은 종이돈에 새겨진 값어치 그 이상이다.
뻣뻣한 직모인데다 덥수룩하기까지 해서 깎을 적마다 애를 먹는 내가 안쓰러운지 요금만큼 팁을 주고 가는 손님은 "머리카락이 왜 이 모양인지" 웅얼대며 점방 문을 나서면서까지 무안해한다. 팁 후하기로야 넘버 원이면서 배려심도 으뜸이다.
투블록이니 모히칸처럼 이른바 스타일리시한 패션 머리 요금은 손품 더 든다는 명목하에 일반요금에 3천 원을 더 얹어서 받는다. 그런 스타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점방에서야 8천 원이 되레 자기네들이 일껏 쌓아올린 명성과 수준을 실추시키는 헐값이라고 비난할는지 몰라도 나한테는 보너스처럼 쏠쏠하다. 추려봐야 서너 명 정도밖에 안 되지만 주기적으로 와 주니 고마운 단골들이다. 그 중 한 사내는 옆머리는 투블럭인데 뒷머리는 상고머리인 변칙적인 투블럭을 주문하곤 하는데 제 딴에는 까다로운 요구라고 여겼는지 계산할 때면 꼭 만 원짜리 한 장 건네주고 무심하게 제 갈 길 가 버린다. 이거나 저거나 들이는 품은 거기서 거기이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깎새를 헤아려주는 마음이 참 고맙다.
팁TIP이 '신속한 처리(적절한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해서To Insure Promptness(Proper service)'라는 말의 두문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을 본 적 있다. 문자로만 놓고 보면 팁은 선제적 조치의 냄새가 짙지만 실제로는 볼일 다 보고 맨 나중에 준다. 또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를 봐뒀다가 팁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우리다. 그러니 거의 공식적이면서 의무적인 서구의 팁 문화와는 달리 아직까지 우리가 받아들이는 팁의 개념은 덤이다. 주면 웬 떡이냐 싶지만 아니 준대서 서운하거나 괘씸하지는 않다. 요는 서비스 구매자가 아닌 제공자의 길에 들어서고부터 '자발적으로 주는 돈'이라는 팁의 정의에서 '돈'보다는 '자발적'이라는 의미에 더 방점을 두게 된 나다. 즉,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 사이의 건설적이면서 친근한 유대감의 발현으로써 팁은 '보람'이란 단어와 이음동의어로 내 정신 건강을 이롭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