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암시

by 김대일

과묵한 노인은 늘 점잖은 신사 타입의 머리 스타일을 고수했다. 정갈하고 반듯한 몸가짐 못지않게 두발 역시 단정해서 어김없이 중순께 점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노인을 볼 때면 '좀 더 있다 오셔도 되는데'란 말이 입 안에서 맴맴 돌곤 한다. 엊그제도 평소와 다름없는 줄 알았다.

- 머리 다 밀어줘요.

- 수술하실 일 있으세요?

- 그건 아니고, 약을 먹는 중인데 머리가 자꾸 빠져서 보기가 싫어요.

- 약이 독한가 보죠?

가장 짧은 날로 조정한 바리캉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선뜻 갖다 대지 못하는 나.

- 윗머리는 살려 두고 옆과 뒤만 바짝 미는 건 어떨까요?

- 그냥 다 밀어줘요. 추저운 꼴을 내가 못 봐줘서 그러니.

- 많이 불편하셔요? 아직 정정하신데.

- 어떻게 보일는지 모르겠지만 나이 많이 먹었수다. 43년생이면 오래 살았지.

불길한 암시. 과묵하고 점잖은 노인은 삭발한 노스님처럼 휑한 두상 앞에서조차 별 반응이 없다. 요금을 치른 뒤 담담하게 자리를 뜨는 뒷모습이 처연해서 한동안 마음 가누질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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