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중학교 동기와 엊그제인 수요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는데 토요일인 오늘 돌아올 예정이다. 녀석한테 제주도 여행은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딸아이들이 어디로 누구랑 가든 일단 허락했으면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일절 간섭을 안 하는 편이지만, 그제 저녁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딸한테 전화를 걸었었다. 헌데 목소리를 못 들었다. 가족톡에다가 얼마나 재미지면 전화도 못 받느냐며 투정부리듯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묵묵부답. 귀가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잠자리 들기 직전에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초저녁에 남긴 가족톡조차 안 보면 뜨는 노란 숫자가 여전히 그대로라 슬그머니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마누라가 여행 간 애 귀찮게 하지 말라고 지청구를 날리는 바람에 기가 죽어 더는 극성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여자애 둘이서만 달랑 제주도로 여행보낸 게 잘한 짓인지 후회가 파도가 일듯 밀려왔다.
새벽녘 화장실 다녀왔다가 혹시 잠결에 뭐가 왔는지 스마트폰 들어 확인했더니, 와 있었다. 큰딸 메시지를 보면서, 문득 나란 놈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싶어서 그 신새벽에 입맛이 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