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블루스

by 김대일

어제였다. 오후 들자마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술을 부르는 날씨. 집으로 가는 전철 간에서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막걸리에 파전이냐 돼지국밥에 소주냐. 바로 집 앞 파전이 가까워서 좋은데 혼자서 즐기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안주와 안주값. 거긴 다음에 가고 오늘은 돼지국밥으로 낙착!

우리집과 전철역을 오가는 길 인근엔 돼지국밥집이 2곳 있다. 한 군데는 KBS <1박2일>에서 이승기, 이수근이 와서 한 그릇씩 땡기고 간 가게라고 소개돼 유명세를 탔고 그 덕분인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부산에서 먹는 돼지국밥은 어느 가게나 어지간하면 다 맛있어서 맛으로 유난떨 건 없다. 무엇을 어떻게 우려낸 육수를 쓰느냐에 따라 돼지국밥이 대별될 뿐이다. 돼지국밥 육수는 주로 세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주로 돼지 사골로 뽑아낸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뽀얀 육수, 돼지 잡뼈와 고기, 내장 등을 함께 쓰거나 돼지 대가리를 통째 넣고 내는 조금 연한 육수, 수육용 돼지고기를 삶아 육수를 낸 맑은 육수.(최원준, 뭉크지 「아크-휴먼」에서 발췌) 사람들의 돼지국밥 취향이 육수로 인해 갈린다고 하면 원조니 맛집을 변별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육수만 다를 뿐 국밥속은 대동소이하니까 제 입맛에 맞는 육수를 찾아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이 자기만의 맛집이고 원조인 셈이니까. 고로 나는 그 집이 맛집이라 가끔 들렀던 게 아니다. 전철역에서 우리집 사이에 위치한 돼지국밥집, 그것도 1층이라 편해서 드나들었을 뿐이다.

1층 돼지국밥집을 품은 건물과 블럭 하나를 사이에 둔 옆 건물 2층에 또 하나의 국밥집이 보인다. 돼지국밥집이 하필 2층? 음식점이 저층이 아니면 일단 의심하고 보는 고약한 선입견 때문에 아예 내 눈 밖이었는데 돼지국밥으로 저녁 한 끼 때우자는 마누라님 명령을 받잡은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층 거기를 들렀었다. 누차 강조하는 바 내 입맛에 돼지국밥은 어디나 다 맛있다. 그러니 근래 2층 돼지국밥집을 가끔 들러 요기를 달래는 내 행위에 맛이 간여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거기에 마음이 훅 넘어간 까닭은, 푸짐한 돼지국밥 곱빼기 뚝배기(그 가게에만 있는 메뉴. 곱빼기인 만큼 국밥속이 무지 알차다. 단 가격은 여느 짜장면집 곱빼기값보다 3배는 더 받는다. 즉, 그냥 돼지국밥은 7천 원인데 곱배기는 1만 원)를 앞에 포진시킨 뒤 8부 정도로 따른 소주잔을 들고선 투명한 통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그 동네 전경을 알로보는 정복감이 나를 포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제같이 추적추적 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이면 더욱.

꽂히면 거기만 간다 한 놈만 팬다는 무대포마냥. 단골집이 하나 더 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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