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블루스 2

by 김대일

부산대학교 앞에는 오래된 돼지국밥집이 있다. '비봉식당'이라고 할머니->아들->손자로 이어지는 유서 깊은 노포로써 거기 국밥은 안 먹어 봤어도 비봉이라는 상호쯤은 그 학교 출신이면 다들 들어 봤을 게다.

동아리 아지트 선술집 '잔치집' 가는 길에 비봉식당이 있었다. 그래서 1991년 신입생 시절부터 졸업할 때까지 간판만 보면 궁금했다. 비봉이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혹시 날라다닐 비飛와 봉황새 봉鳳의 조합? 그렇다면 '날라다니던 봉황이 잠시 쉬어가는 그야말로 상서로움이 깃든 돼지국밥집'이란 의미일까? 아니면 풍수지리설에서는 봉황이 날개를 펼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형세의 명당을 비봉귀소형飛鳳歸巢形이라고 부르는가 본데 사업 번창의 명당을 바라는 의미에서 비봉이라 지었을까? 꿈보다 해몽이랬다고 식당 주인이 들었으면 좋아라 했겠다. 이런들 저런들 봉황이 빠지지 않는다면, 이 대목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1946년 이래로 새벽벌(효원) 일대를 주름잡는 독수리(부산대 상징 동물) 옆에서 꼬붕 신세인 봉황의 롱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부담없이 한 끼 때우는 서민음식이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워진 돼지국밥 가격이다. 짜장면도 비싸지긴 마찬가지지만 7천 원을 상회하는 돼지국밥 값에 비하면 아직은 얌전한 축이다. 근데 비봉은 올랐는데도 5천 원이란다. 주머니 빈한한 학생들을 주로 상대해서 그렇겠지만 7천 원짜리 돼지국밥 먹은 것 만큼 배 부르고 등 따숩다면 그야말로 가성비 갑!

학생 시절 숙취 전문 해소처로 각광받은 곳이었다. 작취미성昨醉未醒하는 몸뚱아리를 달래기에 당시 문창회관 5백 원 하던 소고기국밥만으로는 역부족일 때 비봉은 은혜로웠다. 그 어떤 해장국보다 말끔하게 영혼을 정화시키는 육수와 비할 데 없이 푸짐했던 국밥속이면 오늘 다시 만취의 전선으로 출정한대도 끄떡없을 전투식량이었음이니. 그렇게 청춘의 소울푸드처럼 각인되어 버린 비봉식당 돼지국밥이다.

예나 이제나 주인장 싹싹하다는 소린 들어본 적 없지만 무탈하게 대대로 이어가는 걸 보면 접대 기술 좋다고 장사 잘 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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