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한 대목

by 김대일

기원전 53년, 시리아 주재 로마 총독이었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랏수스 장군은 갈리아 지방에 있던 율리우스 케사르의 성공에 질투를 느낀 나머지 자기도 대정복의 길에 나서게 되었다. 케사르가 서양에 대한 그의 지배력을 브리타니아 지방에까지 떨치고 있었으므로, 크랏수스는 동방을 침략해서 바다에까지 닿으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동쪽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파르티 제국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대군의 선두에서 그는 장애물에 맞서 싸웠다. 그것이 바로 카레스 전투인데, 승리한 쪽은 파르티 제국의 수레나 왕이었다. 그 때문에 크랏수스의 동방 정벌은 끝이 났다. 그런데 크랏수스의 그 시도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파르티 제국은 수많은 로마 인들을 사로잡아 쿠산 왕국과 교전중이던 그들의 군대에 편입시켰다. 이번에는 파르티 제국이 패배했고, 로마 병사들은 쿠산의 군대에 통합되어 중국과의 전쟁에 투입되었다. 그 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게 되자 그 포로들은 마침내 중국 황제의 군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백인들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특히 대포나 다른 무기를 만들어내는 백인들의 과학에 대해서 감탄했다. 중국인들은 로마 병사들을 받아들이고 토지와 함께 그들에게 도읍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로마 병사들은 중국 여인들과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두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로마의 상인들이 그들에게 자기 나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들은 그 제의를 거절하고 중국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공전의 히트작인 『개미』에서 한 대목 가져왔다(2권 284~285쪽). 이걸 읽으면서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건 환상일 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에 정착한 로마인의 자손이 한반도로 넘어오지 말란 법이 없다면 내 몸속에 로마인의 피가 섞여 있지 말란 법 또한 없다. 우리 중에 잡종이나 혼혈 아닌 자는 없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깨끗한 척 고고한 척 뻐긴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세상 이치를 터득하고도 남음이니.

작가의 이전글나한테 남다른 의미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