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형이지 완료형일 리 없다

by 김대일

올해 마지막 차수 이용사 국가 자격증 실기시험에서 합격 마지노선인 60점에 1점이 모자라 아깝게 떨어진 이가 며칠 전에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낙방한 홧김에 평가 기준이 석연찮으니 공개하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다 올린 게 내 글의 주된 내용으로 세 번째 낙방 직후에 썼으니까 작년 5월의 일이다. 다들 아다시피 천신만고 끝에 다섯 번째 시험에서 합격해 지금은 커트점 주인으로 버젓이 행세하는 내가 작년 5월 글에 달린 엊그제 댓글에 감회가 새롭지 않을 리 없다.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르는 고독한 낙담.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참 많았지만 말을 아꼈다. 지금 그에게 59점을 받게 된 기술적 미숙 따위를 늘어놓는 건 그야말로 그를 '두 번 죽이는' 경우 없는 짓이다. 이럴 때는 솔직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전하려고 애쓰는 게 상책이다.

돌이켜 보건대 합격하기 전까지 간과했던 가장 치명적인 착오는 제삼자가 수락하기에는 내 기술이 아직 영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만 몰랐거나 모른 체했다는 점이다. 평가관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술적 편견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국가 자격증 시험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깐다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모든 문제의 시발이자 귀결은 수험생이다. 기술을 열심히 연마해 합격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만만해하고 그걸 원동력 삼아 전의를 불태우는 자세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한테는 적극 장려할 만한 미덕이 아닐 수 없다. 허나 그것을 '완전무결'이니 '따 놓은 당상'으로 착각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자신감과 오만함은 어감 만큼이나 처세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엄청 진다고 나는 본다. 과연 현재의 내가 합격선에 들 수 있는 기술력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복기함으로써 혹 놓쳤을지 모를, 혹 교본에 충실하지 않은 요행수일지 모를 부분을 채워 넣거나 수정하는 냉철한 자기검증이야말로 합격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유익한 방도가 아닐까 싶다.

살면서 같은 시험을 다섯 차례나 쳐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미증유의 5수생 시절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마음 속에 소중하게 새겼다. 나란 놈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진행형이지 완료형일 리 없다고. 허황되게 '내가 제일 잘 나가' 오판하다간 도로아미타불일지니 오만은 망조의 지름길이라고. 똑같은 시험을 다섯 번씩이나 준비하고 치르는 와중에 이발 기술의 기본기를 다지는 효과를 거뒀고 그 덕분에 실무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커트점 원장이 돼 알량한 전문가 대접을 받긴 하지만 지금도 내 기술에 건설적인 회의를 느끼며 늘상 경계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건 내가 봐도 기특하다. 낙방이 꼭 낙담만을 남긴 게 아니었다.

<댓글>

​안녕하세요. 오늘 이용사 4회차 59점으로 떨어진 청년입니다. 먼저 글을 읽으면서 저와 똑같이 화내시는 마음이 글에서 전달되어 공감되어 저도 화가 났습니다. 헌데, 시험에 합격하셨다는 댓글을 보고 제가 다 기뻤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사실, 제가 댓글을 남기는 이유는 붙고나서의 계획을 모두 짜두었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고나서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그런데, 4전 5기로 포기하지 않고 간절하게 시험을 보신 모습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워서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몹시 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어렵게 얻으신 꿈 멋지게 펼쳐주시는 모습 보여주세요.

화이팅입니다!​

<나의 대댓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낙담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같은 경험을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드릴 말씀이 많지만 지금은 되레 잔소리 같아서 관두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격려이자 충고로 받아들여 주신다면, 충분히 합격할 자질과 소양을 갖췄음에도 다시 한번 기본에 충실한지 재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지금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다음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겁니다.

내가 네 번 떨어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겝니다. 정말로 내가 기본기에 충실했는지를 다섯 번째 시험에 임해서야 비로소 숙고했음으로 합격했다고 나는 돌이켜 생각합니다.

잘 하실 수 있습니다. 저 보십시오. 다섯 번만에 붙었어도 번듯한 점방 꾸려 잘 지내잖습니까.

내년 봄바람 불 즈음 꼭 좋은 소식 함께 찾아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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