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좋다

by 김대일

산이 좋은가 바다가 좋은가. 나는 바다가 더 좋다. 아예 단도직입적으로다가 양자택일하자면 바다는 좋은데 산은 싫다. 바다와 맞닿아 사는 부산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꼭 바닷가 근처에 산다고 바다에 편파적일 리 없으니까. 동해 경치가 그만인 기장 옆 일광 사는 변 형은 매일 신새벽 운동한답시고 뒷산인 일광산엘 올라 인증 사진 찍어 단톡방에 띄우는 낙 아니면 돈 버는 시간만 빼고 하는 일이란 게 주야장천 전국 명산 유람이 다인지라 거의 병적으로 등산에 집착하는 부산 사람이다.

그럼 나는 왜 산은 싫고 바다가 좋은지 그 까닭을 읊어 보겠다. 태생적으로 산을 싫어할 리는 없다. 산이 거기에 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등산광은 아닐지라도 야트막한 앞산, 뒷산을 소풍 삼아 오르는 재미를 모르지 않는다. 대학 시절 동래산성 탁배기와 도토리묵, 파전에 혹해 낮술에 반취반성한 채로 금정산을 기어오를 만큼 열의에 찼던 시절이 없지 않았다. 여름방학만 됐다 하면 동아리 사람들과 지리산으로 달려가 장엄한 일출에 감격해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해로 뛰어들어 유영하고픈 호연지기를 품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발고도 30m인 동네에서만 놀고 먹던 녀석이 마음이 동해 까불대는 심심파적용 등산이 아니라 1,500고지를 제 집 앞마당인 양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일상이었던 첩첩산중에서 2년을 난 군생활은 그간 산에 품었던 덧정까지 모조리 달아나 버리게 했다. 서울서 직장생활할 무렵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청계산 등반이 부서 단합행사랍시고 잡혔어도 말단 사원 주제에 없는 핑계를 만들어서까지 등정 이후 회식 장소인 닭백숙 가게로 직행하는 꼼수를 부릴 정도였으면 승진 안 해도 좋으니 곧 죽어도 산은 오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 아니고 뭐였겠는가.

산이 나한테 해코지하지는 않는다. 터벅터벅 올라가다 정상에서 맛보는 상쾌한 정복감은 그 어떤 기분보다 사람을 진취적으로 만들고 그 맛에 사람들이 밤낮없이 오르는지 모른다. 문제는 등정하기까지 그 과정이 나를 진절머리나게 한다는 거다. 쌀가마를 진 듯한 완전군장을 메고선 하염없이 난 산길의 가장자리를 눈을 박고 걷다 보면 군용트럭 행렬이 일으키는 먼지로 시선이 가려져도 밤샘 행군에 지친 몸뚱아리는 아직 반나절은 더 가야 도착할 숙영지를 향해 그저 기계적으로 기어오를 뿐이었던 30년 전 강원도 인제의 어느 산골짜기가 자꾸 떠올라서 산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그럼 바다는 왜 좋으까.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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