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내 앞에는 20분 전에 바른 염색약을 씻어 내려고 샴푸를 기다리는 한 중년 남자의 머리통이 등딱지에서 튀어나온 거북이 목마냥 놓여 있다. 그리고 나는 <방문객>이란 시를 되뇌이면서 그 남자의 갈피를 더듬어 보려 애쓴다.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내 점방을 찾는 그가 단골이 되기 전 드나들던 다른 점방과 왜 결별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한 것이 그 남자의 과거이고,
꼭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 도포한 염색이 더 감쪽같은지, 커트하고 염색해서 샴푸에 이르는 일련의 동작이 점점 능숙해 인근 어떤 점방보다 솜씨 하나는 발군이라서 단골이 됐는지 아니면 딴 데보다 훨씬 요금이 저렴해 싼 맛에 찾는 건지 그것이 궁금한 남자의 오늘이며,
박리다매해서 다다익선으로 가늘고 길게 가는 장사를 해보겠다는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남는 게 별로 없어 마누라 인내력의 한계가 거덜날 즈음 요금을 올리는 강수를 감행한다 치면 남자는 예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내 점방에서 머리 깎고 염색을 할지 말지 그것은 남자의 미래이고, 창졸간에 발길 뚝 끊은 손님을 유인할 방법이 무엇인지 골몰할지 모르는 게 나의 미래이다.
부친은 기술만으로 해먹는 게 장사가 아니라고 했다. 거기에 눈치, 코치, 재치까지 버무려야 장사할 맛이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다. 손님(방문객)의 갈피를 더듬어 볼 줄 아는 깜냥이 나한테 생겼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쥐좆만큼이라도 트였다면 방문객들로부터 필경 환대가 될지니. 오묘한 상술의 세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