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설은 안 읽는 게 좋겠어요

by 김대일

알바를 안 쓰는 게 아니고 못 쓴다고 했다. 해서 낮 12시간은 아내가, 밤 12시간은 자기가 교대로 편의점을 붙들고 앉았다고 머리털과 수염은 덥수룩하고 밤잠을 못 자 안색은 초췌한 중년 남자가 커트와 염색을 주문하면서 푸념했다. 그가 그날 처음 온 건 아니다. 서너 달 전부터 부정기적으로나마 점방을 찾은 터라 낯이 설지 않으나 헌걸찬 풍채만큼이나 인물도 빠지지 않는 위인이 매번 더벅머리를 해가지고 추레한 몰골로 점방을 찾는 까닭을 비로소 알았다.

편의점 해서 목돈 만진 친동생이 자꾸 옆구리 찌르는 바람에 손을 댄 편의점은 장차 노후 대비용 투자로 적합하리라 나름 확신했단다. 하여 펼쳐질 미래는 장밋빛인 줄 알았다. 돈은 벌 만큼 벌면서 부부가 여가를 슬기롭게 선용하는 방법을 김칫국 퍼마시듯 지레 고민하는 즐거움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이라는 타이슨의 명언처럼 공이 울리자마자 백일몽에 그치고 말았다. 가뜩이나 한 집 건너 편의점인 형국에 목까지 안 좋은 불리함을 만회하자니 인건비를 아끼는 수밖에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알바비라도 굳어야 그나마 수입을 보전할 수 있다 보니 편의점 일은 오롯이 부부 몫이 되었다. 주간은 아내가, 야간은 자신이 맡고부터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쉬지를 못하니 바깥일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아침결 아내와 교대를 하는 즉시 집으로 가 유통기한 지나 폐기한 김밥, 샌드위치 따위로 끼니를 대충 때우고 잠자기 바빴다. 이 생활이 개선되려면 편의점을 때려치워야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 다 산 사람인 양 그의 얼굴은 무기력과 허탈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외람된 줄 알면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꼭 그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할까요?" 건방지다며 주먹이 안 날라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크게 한숨을 쉬더니 "그러게 말입니다." 대꾸한다.

예전에 『불편한 편의점』이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꽤 잘 팔린 베스트셀러다. 난해한 구석이라곤 1도 없이 술술 읽혀지는 소설은 그러나 허상을 전달할 뿐이다. 소설가가 사전조사를 충실히 했다는 후일담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연성을 떠받칠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소설가는 순백의 동화童話에 검댕을 살짝 묻히는 작위를 가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내는 영리함을 발휘했으나 결국 허구로 귀결돼 공허함밖에 남지 않는다. 편의점 주인이라고 하니 그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을 했지만 염색을 마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가 얼른 이부자리에 들고 싶어하는 그에게 아까 읽어보라고 했던 내 말은 안 들은 거로 하라고 번복했다. 그가 의아해하자 "선생님하고는 전혀 안 어울리는 소설이라서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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