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방 앞 2차선 도로를 건너자마자 바로 보이는 4층 건물의 주인은 나와 출근시간이 엇비슷하다. 고맙게도 나한테 자기 머리를 맡기는 단골이기도 한 건물주가 아침 7시30분 전후로 건물에 도착해서 하는 일은 지난 9개월 동안 관찰한 바로는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다. 건물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지하1층부터 지상4층을 오르락내리락거리며 둘레둘레하는 게 다니까. 건물주가 건물과 관련되어 사무 볼 일이 따로 있는지는 당사자에게 물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건물과 그 주변을 배회하다 오후 네댓 시쯤 건물을 떠나는 건물주만 목격하다 보니 며칠째 된추위가 이어지는 요즘 같으면 집 놔두고 괜히 사서 고생한다 싶더라구. 그것도 일이라면 일이겠지만 그게 건물주 일과의 전부라면 심심하고 영 재미가 없다.
근데 아니었다. 내 점방 월세를 감안해서 계산하면 지하 1층부터 지상4층까지 비어있는 데라곤 없는 경이로운 공실률 '0'을 자랑하는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만 해도 암만 낮춰 잡아도 5백만 원 안팍일 테니 임차인들의 무탈한 월세 입금을 위해서라도 설령 미미한 흠일지언정 그들의 수입 활동을 저해한다면 반드시 발본색원하는 애살을 부리는 것보다 더 막중한 건물주의 일과가 또 어디 있겠는가. 하여 어쩌면 그는 건물주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는지 모른다. 썩 권장할 인간상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