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싫다

by 김대일

너무 춥다. 본격적으로 추워지니 손님까지 발길을 뚝 끊는다. 추워 죽겠는데 머리털 깎는 게 급선무는 아니잖나. 안 추운 날 깎겠다면서 미루다 미루다 내일이 다음달 되더니 이참에 머리털을 길러 아예 모자 대용 보온재로 삼아 올 겨울나기를 시도해보겠다는 깎새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을 서슴지 말라는 법 없다.

으스스 냉기가 온몸을 휘감을 무렵부터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 히터를 껴안다 못해 12월 들자마자 벽걸이 난방기까지 돌리다 보니 한여름 에어컨 돌릴 때보다 전기료가 1.5배나 더 나왔다. 평지가 아닌데다 산기슭에 자리잡은 동네에서도 햇살 한 점 안 들어오는 북향인 점방에서 길고 긴 겨울을 나자면 심정적으로 그어 놓은 전기료 지불 상한선을 뚫고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일 게다. 매달 5일 전기료를 낼 적마다 들 꼭 삥뜯기는 기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것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실내에 놓을 자리가 변변치가 않아 바깥에다 점방 세탁기를 둔 걸 후회하는 중이다. 뒷문 열면 바로 안마당이라 헹군 물 그대로 흘려 보내는 거나 세탁기 다 돌아가면 빨랫감 꺼내 바로 널 수 있는 용이성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혹한기를 깜빡했다. 세탁기로 들어가는 물이 얼면 입지 좋은 곳에 제 아무리 성능 좋은 세탁기를 들어앉힌들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부산인데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밥 먹듯 잦으니 수도꼭지에서 세탁기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호스가 얼었다. 말하자면 수로가 꽉 막혔다는 소리다. 하여 며칠째 손님들이 쓴 수건을 일일이 손으로 빨았다. 호스를 분리해 뜨거운 물을 부어 막힌 걸 뚫으면 된다는 팁을 부친 점방 김군한테서 듣지 않았다면 겨우내 세탁기를 짤순이 용도로만 쓸 뻔했다. 엎친 데 덮친 꼴로 엊그제는 수도꼭지에 꽂힌 밸브가 빠져 원래 상태로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으려는 듯 말썽을 부렸다. 여분이 마침 있어 대체는 했지만 혹한기 수도꼭지와 호스 동결에다 밸브 걱정까지 하나 더 늘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개업하고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은 무난하게 난 편이지만 혹한기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난의 겨울을 꾸역꾸역 견디는 게 지금보다 더 난감한 국면이 닥쳤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독감 유행하기 전 맞는 예방주사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참으로 긍정적이고도 건설적이면서도, 다음날 혹시 수도관이 얼어 물이 안 나와 일껏 찾은 손님들 돌려 보낼까 염려스러워서 수도꼭지 손잡이를 붙잡고 수도료가 불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하며 아주 적당하게 물을 찔끔찔끔 틀어놓는 안 해도 될 섬세한 힘 조절을 퇴근 때마다 해야 하는 그 수고로움이 너무 거추장스럽다. 내 점방이고 내가 주인이니 주인의식을 가지는 게 마땅하면서도 괜한 짓에다 기력 쏟는 건 영 마뜩잖다. 하여 추운 겨울이 난 너무 싫다.

작가의 이전글일상에 깃든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