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의미

by 김대일

나한테 화요일은 무조건 나른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쌓인 긴장을 모두 털어내고 해야 할 것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싶다. 하지만 누구나 다들 그렇듯이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 쉬는 날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일어나야 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점방 열고부터 직업병인지 목과 어깨, 팔다리가 전보다 더 경직되곤 해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하는 걸로 일과를 시작하는 건 평일이나 똑같고 저렴한 베트남 인스턴트 블랙커피를 타 마시는 것도 똑같다. 06시28분에 출발하는 장산역에서 양산역으로 향하는 2호선 지하철을 타려고 바삐 집을 나서지는 않지만 화요일만은 회사까지 편하게 가고 싶어하는 마누라 등쌀에 07시30분쯤 자가용으로 집을 나서는 게 다르다면 다르다. 눈을 떠 '참, 오늘 쉬는 날이지'하고 안도하며 나른함을 즐기는 아침나절이 쉬는 날의 정수이고 보면 나 역시 쉬는 날 아침만은 온전한 자유를 구가하고 싶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순순히 운전대를 잡고 근 2시간을 길바닥에 내버리는 대가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나만의 자유시간을 향유하고자 한다.

오늘도 나는 으레 마누라를 태우고 장산고가도로-수영역-신리삼거리-양정역으로 이어지는 10분만 늦게 출발했다간 러시아워에 걸려 굼뜨기 일쑤인 도로를 달려 마누라 회사에 당도할 것이다.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 두 병과 겨울철 별미인 굴무침을 반찬가게에서 사다가 아침인지 점심인지 헷갈리는 식사를 한 상 차릴 것이고 한 시간 가량 되는 나만의 유흥을 즐긴 얼큰한 상태로 시에스타에 들어갈 것이다. 막내딸이 하교할 무렵 일어나 녀석과 저녁을 집에서 먹을지 나가서 먹을지 잠깐 고민한 다음 녀석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내일 점방에서 점심거리로 뭘 먹을지 궁리하다가 아무 거나 먹지 뭔 대수람 혼자서 퉁을 치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렇게 쉬는 날은 속절없이 저물고 나는 돌아오는 쉬는 날엔 기필코 나만의 자유를 온전히 누리고자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잠꼬대하듯 맹서를 할 것이다.

헤식은 쉬는 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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