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하나를 더 맞춰 안경만 4개다. 어지러움증 때문에 다초점렌즈는 꺼려져 필요할 적마다 용도에 맞게 쓰려다 보니 4개씩이나 들고 다니게 됐다.
평소 출퇴근할 때 쓰는 안경은 먼 데만 잘 보인다. 전철 간에서 책이라도 볼 양이면 안경을 무조건 벗어야 한다. 점방에서 일할 태세를 갖추려면 1~2m 앞이 선명하게 보이는 돋보기로 갈아 낀다. 헌데 다 깎은 손님 머리를 점검하려고 정면에 놓인 거울을 보려니까 짧은 거리 돋보기로는 흐리마리해서 3~4m용 돋보기를 다시 새로 맞춰 써봤지만 그걸 끼고 커트 작업을 하니 머리가 핑 돌아 쓰러질 판이었다. 손님 머리를 매만지는 거리는 멀어봐야 1m 안팎이니 그 돋보기로는 초점이 맞을 리 없어 곤란했다. 하여 고육지책으로 점방에서는 1~2m용 돋보기만 주욱 쓰고 다녔다.
나이가 들수록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져서 1년 주기로 시력을 검사하고 현재 쓰고 있는 안경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는 안경점 직원 조언은 내 경험 상 상술이 아니다. 점방 작업용으로 늘 썼던 1~2m용 돋보기 너머로 보이는 물체 윤곽이 어느날부터 점점 희미해지는 감을 자주 느꼈다. 최근에는 손님의 머리 윤곽선이 선명하지가 않아 감으로 깎는 일이 잦아졌다. 2년 전에 구입한 1~2m용 돋보기의 시계視界가 1~2m 지근거리를 놓치는 대신 3~4m 세상에 보다 집중하도록 변한 건 내 육신이 속절없이 퇴화되는 처량한 증거일까.
그렇게 주접만 떨 때가 아니었다. 당장 다음날부터 점방에서 손님을 맞아야 할 입장이니 용도에 맞게 새 돋보기를 구입해야 했다. 그래서 1~2m용 돋보기를 새로 맞췄다. 써봤더니 눈앞은 환했지만 거울은 흐리멍텅했다. 예전 1~2m용 돋보기와 병행해서 쓸 작정이다. 그러고 보니 맞춰 놓고 제대로 써본 적 없던 2년 전 3~4m용 돋보기도 내 변한 시력에 맞게 쓰임새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다 돈 부자 대신 돋보기 부자가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