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할지 말지

by 김대일

며칠 전에 큰딸 대학교 명의로 날아온 통지문을 그제 쉬는 날 오후 알바 가기 전까지 집에서 빈둥거리는 큰딸을 보자 기억이 났다. 애엄마가 개봉한 걸 대강 훑어본즉 복학을 종용하는 내용인 성싶었다. 2년을 내리 휴학했으니 복학할 때도 됐다고, 혹시 모를까 봐 알려주는데 올 봄 학기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을 감수하라는 최후통첩으로 나는 읽었다.

2년 가까이 약학대학원 편입을 준비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큰딸이다. 소기의 성과는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계속 매달릴 수만은 또 없는데다 딱히 그럴싸한 출구전략도 마땅치가 않아서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인 형국이다. 알바를 해 번 돈으로 제 앞가림은 한다지만 다 안다. 그걸 평생업으로 삼을 순 없다는 걸. 애엄마는 복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식품영양학과 졸업해 영양사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 통지문 얘기를 꺼냈을 때 녀석 얼굴에서 갈등의 소용돌이가 요란한 걸 감지한 나는 녀석이 어쩌면 부모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기발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큰딸이 제 학교와 학과에 덧정이나 미련 따위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학 진학 당시 원하던 학교나 학과는 다 떨어지고 추가 합격으로 겨우 들어간 데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두남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니다 보면 정이 쌓이겠거니 기대했지만 역병이 창궐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만 세 학기 때우다가 약학대학원 편입 시험을 준비한답시고 휴학계 내고 독서실에 처박혔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서 녀석이 꼭 영양사의 길을 고집할 리 없다는 걸.

복학 여부를 두어 번 물었는데도 대답을 망설이길래 더 묻지 않았다. 나로서는 복학을 강요하지 않을 뿐더러 큰딸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토 달지 않을 작정이다.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월권이면서 치명적인 실수다. 부모가 제시한 길로 순순히 따라온다손 더 큰 걱정이다. 부모가 딸애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건 아니다. 내 인생을 부모랍시고 일일이 참견을 해 엉망으로 만들어놨냐고 행여 원망을 해대면 감당할 자신이 나는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내 두 딸이 자유롭기를 정말 바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을 두려워하면서도 '제 밥그릇은 다 가지고 나오는 법'이라는 경구를 나는 믿는다. 경계하는 바가 있다면, 남보다 덜 번다고 못 산다고 낙담을 하거나 분에 넘치는 욕심만 안 부리면 좋겠다. 큰딸의 물욕이 늘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한번은 꼭 만나야 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