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곰탱이

by 김대일

갑자기 아프면 대안이 없다. 몸을 추스를 때까지 몸져눕든가 오한이 들고 삭신이 쑤신데도 몸뚱아리를 기어이 끌고 나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점방 문을 열든가 선택지는 단 둘 뿐이다. 1인 자영업의 애환이다.

아파 죽겠는데 장사가 대수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작정 내 보신만 집착하는 게 능사냐면 또 아니다. 이제 겨우 이 동네 사람들 입에 내 점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입소문 듣고 찾은 이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자면 영업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화요일도 아닌데 점방 문이 닫혔다? 다음을 기약하기 난망하다. 나부터 용납 못 하겠다. 동네 장사는 신뢰로 승부한다. 뼛가루가 으스러질지언정 영업 전선에 이 한 몸 초개같이 던지겠다는 건 아니지만 점방이 반석 위에 굳건하게 설 때까지는 아픈 것도 사치다. 하여 금요일 새벽에 느닷없이 오한이 들어 자는 큰딸을 불러 두꺼운 이불을 덮어달라 진통제를 가져와라 난리를 친 뒤부터 뼈마디가 쑤시고 복통까지 일어 제 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나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제 시간에 점방 문을 열었다.

독감이 유행하니 링거라도 한 대 맞으라며 마누라가 염려하지만 엉덩이 까서 따끔거리다 말 주사가 아닌 이상 그 두어 시간 점방을 비울 자신이 없어 관뒀다. 나도 안다. 이런 내가 미련곰탱이라는 걸. 하지만 걸어잠그자마자 점방 문을 두드릴 미지의 손님이 자꾸 아른거려서 그냥 혼자 끙끙대는 게 낫겠다고 결론내렸다.

글 상태로 대강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나 정말 아파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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