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일 근무

by 김대일

충청도 어디쯤에 소재한 독일계 회사에서 공장장 겸 관리책임자로 있다는 손님은 내 점방을 매달 들르되 꼭 목요일 아침에 와서 커트와 염색을 하고 간다. 이유는 그가 다니는 회사의 근무 형태에 있다. 일주일 중에 일은 사흘만 하고 나흘을 쉬니 한 주의 마감일은 수요일이고 그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부산으로 내려간다. 평일임에도 느지막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 커트점을 찾아 느긋하게 이발하고 염색한 뒤 볼일을 보면 될 일이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겠는데 독일 아니면 만들 수도 다룰 수도 없는 제품, 즉 독점이라는 특수성을 유감없이 누리는 덕에 일주일의 사흘 이상 공장을 돌리질 않는다는 설명이 우리나라에서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 선뜻 와닿지는 않으나 어쨌든 누구나 선망하는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회사'엘 다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이 양반은 전생에 무슨 덕을 얼마나 쌓았길래 이런 복을 누리나 싶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했다.

올해 설 연휴 일정을 물었더니 18일 오후부터 26일 오전까지 장장 일주일이 넘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보다는 더 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길 줄이야. 나하고 비슷한 연배일 성싶은데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아서인지 윤기가 좔좔, 귀티는 뿜뿜하며 하는 짓짓은 여유만만했다.

호주 멜버른대학 멜버른응용경제사회연구원이라는 데서 2016년 '호주 가계, 소득, 노동 역학'이라는 연구를 통해 "주당 25시간 근무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호주에 사는 40세 이상으로 구성된 남성 약 3,000명, 여성 약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파트타임 근무가 피로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뇌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가자의 경제력과 주관적 안녕, 가족 형태, 고용 형태를 파악한 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단어를 소리 내 읽기, 숫자 목록 거꾸로 읽기, 제한 시간 안에 글자와 숫자 맞추기 등을 수행하도록 했는데 연구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주 25시간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주당 25시간이면 하루 8시간씩 주 3일 근무인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강제된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는 시기에 인간에게 필요한 일의 절대량은 결국 일주일에 사흘 분량 언저리가 되지 않을까 짐작케 한다.([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19) 적게 일하는 삶…주 3일 근무제는 불가능할까, 주간경향, 2022.04.19.에서)

하여 꼭 제품 특수성에서 비롯된 근무 형태라고는 하지만 그 독일계 회사가 혹시 멜버른대학 연구 결과를 충실히 추종해 종업원들의 워라밸 증진에 앞장서는 명실상부한 꿈의 직장은 아닐까? 설마.

설 대목 앞이라 다음주 화요일 휴무 대신 정상영업해야 할 팔자인 나는 그 단골 손님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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