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연 이기주의자 소굴

by 김대일

동네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인 중에 쾌적함이 들어있다면 내 점방이 위치한 동네는 낙제다. 삭막한 도심 속 동네에서 싱그러운 전원 풍경을 기대할 수 없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담배다. 걷다 보면 담배를 물고 길을 가는 사람이 유독 많은 동네가 이 동네다. 자기 뒤에 행인이 따라오건 마주보고 걸어오건 개의치 않고 꼬나문 담배를 힘껏 빨아 연기를 훅 내뱉는 풍경이 여기서는 흔하다. 남녀노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워 대니 동네 길거리는 거짓말 좀 보태 담배연기로 늘 온통 자욱하다. 피우는 입장에서야 내 담배 내가 핀다는데 남 눈치 볼 계제는 아니로되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 간접흡연의 피해를 당해야 하는 행인 입장에서는 봉변도 이런 봉변이 없다. 더 약이 오르는 건 그런 불미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일랑 쌈 싸 드시라는 듯 괘념치 않는 태연함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 동네 길거리에서 피워제끼겠다는데 새삼스럽게 뭘, 하는 식이랄까.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월세를 올리지 않는 한 터 잡고 오래오래 장사하고 싶은지라 점방이 있는 이 동네를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 동네는 비흡연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끽연 이기주의자들의 소굴이다. 길은 누구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닐지니 길을 걷는 행위는 도덕률을 적용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하여 설령 기호품이라고 물타기를 한들 사람 몸에 백해무익이라는 공감이 흔들리지 않는 대세라고 한다면 담배를 정해진 흡연구역 이외에서 피우는 짓은 야만적이다. 그럼에도 동이 안 튼 새벽 출근길에서, 피곤에 전 몸뚱아리 끌고 귀가를 서두르는 저녁 퇴근길에서, 하다하다 누군가 밖에서 내뱉어 점방 안에까지 스멀스멀 날아 들어온 담배 냄새로 곤혹스럽기가 비일비재한 동네를 좋아할 바보 천치는 없다.

이렇게까지 성토를 해대지만 2017년 2월 금연을 선언하기 전까지 나도 담배 꼬나물고 길거리에서 엔간히 연기를 내뿜고 다녔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목청 돋을 자격이 있는지 솔직히 부끄럽다. 자업자득이요 자승자박이다. 나쁜 짓 하고 살면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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