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문화유산

by 김대일

깎새에 관한 화젯거리를 발견하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눈이 번쩍 뜨인다. 이발소(이용원)에 관한 보도자료가 설 연휴 전에 나왔었다. 1895년 단발령을 계기로 지금의 이용원을 뜻하는 ‘개화당 제조소’가 탄생했다. 한국인 최초의 이용원인 ‘동흥이발소’는 1901년 유양호가 인사동 조선극장 터에 개업했다. 황제 전속 이용사였던 안종호도 광화문 근처에 ‘태성이발소’를 열었다. 안종호는 ‘머리를 깎으러 와서 상투를 잘리고 엉엉 통곡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머리를 깎으러 왔다가 완고한 아버지가 쫓아와서 반은 깎고 반은 깎지 않은 머리를 붙들고 도망을 하는 일이 하루에도 몇번씩 있었다’고 초기 이발소 풍경을 회고했다. 1960~1980년대 초까지 서울의 이용원은 전성시대를 구가했는데 장발족 무기한 단속 시행과 관련이 깊다. 학생들은 엄격한 두발 규정을 적용받았고 관공서는 물론, 큰 회사의 빌딩, 학교 호텔 목욕탕에 이르기까지 구내 이용원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용원은 단 2곳뿐이다. 1940년대에 처음 문을 연 '문화이용원'(종로구 혜화동)과 1928년에 현 위치인 마포구 공덕동에 문을 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용원인 '성우이용원'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은 서울 식문화의 상징적 장소라는 '낙원떡집'을 시작으로, 도시 제조업 특징을 보여주는 '서울의 대장간'을 이미 조사한 바 있다. 2022년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은 '서울의 이용원' 보고서를 발간했다.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을 주도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은 기록되지 않은 근현대 서울을 미래세대에 전할 귀중한 역사로 인식하고, 현재 서울을 기록하는 자체 조사 사업을 수행 중이라고 한다.

'미래유산기록사업'으로 남긴다는 기록물은 참 인상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미래유산을 지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낙원떡집, 대장간, 이용원이라는 그리 거창할 것 없는 테마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해 서울사람들의 일상과 문화의 단면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발상은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낚듯 대단히 신선해 보여서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서울의 기억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 기록물들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서울이 하면 부산도 하겠거니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다를까 2019년부터 부산시가 '부산 사람들이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나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 무형의 것'을 공모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2022년까지 총 72건을 선정했다고 한다. 2022년에 선정된 '부산 미래유산'으로는 부산에서 최초로 일어난 만세운동인 ‘부산진일신여학교 만세 운동’, 구도심의 역사가 담긴 지역의 오래된 마을로 부산의 발전과 시대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덕령꽃마을’, 우암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한국전쟁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동항성당’, 현존하는 전국 공공 문예회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부산시민회관’ 등이다.

하는 짓은 엇비슷한데 부산 미래문화유산을 보는 나는 왜 이리 헛헛한 기분인지 모르겠다. 서울역사박물관이 발행한 '보고서'처럼 진지하게 접근해 만든 기록물이 눈에 안 뜨여서 그럴까 아니면 지정만 했지 별다른 관리는 하지 않는 허울 좋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언론의 비판에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 하는 허탈감으로 바뀌어서 그럴까. 이왕 비슷한 척이라도 할 거면 애쓰는 것도 닮았으면 좋으련만. 저급한 아류.

참고 자료

- [뉴스 라이브러리속의 모던 경성]100년 전 한,중,일 이발소의 요금경쟁…'서울미래유산’ 지정된 100년 가게 성우·문화이용원도, 조선일보, 2023.01.21.

- <단발령부터 바버숍까지 '서울의 이용원' 100년의 기록>, 내 손안에 서울,2023.01.19.

- <허울뿐인 '부산 미래유산…'요식 행위' 지적도>, KBS뉴스,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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