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84)

by 김대일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눈 깜짝할 새'라는 상투적 표현을 안 쓸 수가 없게 1월이 또 후딱 지나간다. 하루하루가 '천금보다 귀하다'(상투적 표현을 또 갖다 썼지만 이보다 더 명징한 표현이 떠오르질 않는다)는 걸 부쩍 절감하면서도 남는 거 없이 소진되는 인생 꼬라지라고 여겨지니 속은 온통 숯검댕이다.

위 시를 게시하기로 낙착을 보자 마침 똑같은 시로 오프닝 멘트를 장식한 라디오프로 진행자 목소리가 들려 정겨웠다. 이어 어머니와 관련된 노래 두 곡이 나왔는데 듣다가 출근하는 전철 간에서 찔끔거렸다. 주책도 엔간해야지, 이거 원.


○ 드보르작 -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노래 Op.55-4 (Sop) Angela Gheorghiu, Malcom Martineau (Pf)

○ 영화 <제 8요일> 중에서 ‘Maman la plus belle du mond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 Luis Mariano (V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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