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by 김대일

녀석을 볼 적마다 동화 <잭과 콩나무> 속 구름을 뚫고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콩나무가 떠오른다. 녀석 자라는 꼴로 봐서는 머지 않아 구름 대신 새벽에 욕실 수도를 틀어대 밤잠 설치게 하는 고약한 할매가 혼자 사는 윗층으로 뚫고 올라갈 기세다. 그럼 나는 녀석을 타고 올라 가 할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겠다. 할매가 밤새 수도 틀어놓는 바람에 다크 서클이 생길 지경이라고. 목욕은 목욕탕 가서 하시라고. 그러기 싫다면 제발 낮에 목욕하시라고.

다육이는 재작년 이맘 때쯤 해운대구청 기간제 직업상담사로 함께 근무했던 이 선생한테 분양받았다. 손톱만 한 게 어찌나 앙증맞은지 분양 기념 사진을 찍어 뒀는데 어따가 팽개쳤는지 안 보이고 대신 작년 7월 제법 자라 뼈대가 튼실해진 녀석을 찍은 게 내 SNS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일 년이 더 지난 오늘, 담을 넘어가는 구렁이 모양을 한 녀석이 우렁차면서도 징그럽다.

보름에 한 번 꼴로 주다가 요즘은 생각이 나면 한 컵 가득 물을 담아 적선하듯 줄 뿐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거침없이 자란다. 폭풍 성장은 이럴 때 붙이는 수식이 아닐는지. 집에서 제일 양지바른 테라스에 놓아 두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부쩍부쩍 자랄 줄은 미처 몰랐다. 한편으로는 좀 미안하다. 덩치가 커졌으니 그에 합당한 거처를 새로 마련해 줘야 하는데 좁디좁은 애기 적 둥지에 가둬 뒀으니 말은 없어도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주인 잘 못 만나 네가 고생이 많다.

아냐, 말 나온 김에 분갈이나 해야겠다. 시험도 마쳤고 하니 홀가분할 때 얼른!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항아리처럼 생긴 화분이나 하나 사야겠다.

요즘 다육이 VS 1년 전 다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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