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막내딸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인데 새벽 전철 간에 몸을 맡긴 나는 출근 중이다. 지난 주 "아빠 올 거야?" 의향을 묻는 막내딸 표정에는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나왔지만 "글쎄다" 나는 망설였다.
어제 저녁 막내딸 계좌로 졸업 기념 용돈을 송금하고는 불참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양해를 구했다. 티끌을 모아 태산을 쌓듯 천 원짜리 장사에 여념이 없는 아비를 납득하는 눈치여서 안도했지만 가뿐하진 않았다.
평달보다 사흘이나 손해를 보는 2월은 주릴 수밖에 없는 달이다. 가뜩이나 졸업과 입학이 맞물리는 시즌이다 보니 주머니 사정 궁한 손님들은 점방 찾길 꺼린다. 그러니 졸업식 참석하고 오후에 점방 열면 될 일 아니냐는 마누라 핀잔에 발끈한다. 오전 졸업식 참석했다가 한 시간 넘게 걸려 점방에 도착하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정기 휴무일인 화요일 다음날 유독 손님이 몰리는 걸 감안하면 그 천금과도 같은 시간을 날릴 수는 없지 않는가. 주린 달이니 한 푼이라도 악착같이 더 긁어 모아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넋 놓고 있다간 월세, 공과금에 마누라 손에 쥐어 줄 푼돈조차 부족해 허덕댈 게 뻔하니까. 막내딸 고등학교 졸업할 때 오늘 것까지 곱빼기로 쳐서 거하게 챙기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면피를 획책하려 든다.
하지만 이러는 내가 죽도록 가증스럽다. 물욕에 초탈한 듯 소탈하게 굴지만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겉과 속이 확연하게 다른 이중인격자. 늘 이런 식이라니. 돈을 버는 목적은 냅두고 돈에만 집착하려 드는 주객전도가 내 실체라는 게 너무나도 수치스럽지만, 지금 나는 점방 문을 열려고 새벽 전철 간에 몸을 맡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