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86)

by 김대일

​편지

김광진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 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여자 가수가 절창한대도 이 노래의 화자는 남자다. 그리고 남자가 부르는 이별가로 이보다 이성적인 노랫말은 내 기억에서는 없다. 지독시리 이성적이라서 더 구슬픈 여운이 예리하게 벼린 비수가 되어 사람 속을 자비 없이 찔러대는 노래.

노래를 들을 적마다 속으로 운다는 표현은 구태의연하지만 적확한 표현이다. 똥 누고 밑 안 닦은 것처럼 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튼 회한 탓에 심란한 파문이 두고두고 이는 까닭은 봉착한 이별 앞에서 이성적이지 못해서이다. 떠난 자는 잊었어도 떠나 보낸 자는 결코 안 아물 상처를 멍에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이별의 불합리를 간파했다면 애간장이 끊어지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는 이성적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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