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이 훈련하다 발목을 접질렸다. 얼음 찜질을 수시로 하고 깁스를 차도 붓기가 잘 안 빠지는 게 다쳐도 단단히 다쳤나 보다. 선수들 아픈 거야 다반사라 깁스했다고 별스러울 게 없는지 코치는 뛰지는 못 해도 팀워크를 위해서 훈련 참관은 꼭 하라고 지시했나 보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내내 펜싱으로 유명짜한 동의대학교에서 대학생 언니오빠들이랑 합동훈련을 가지는가 본데 가는 길이 험난하다. 집에서 전철로도 거리가 꽤 먼데다 다시 교내버스로 갈아탄 뒤 내려서도 고바위인 훈련장까지 한참을 깁스한 다리로 가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리라. 아픈 몸으로 일주일 내내 그 먼 데까지 운신해야 하는 게 딱해서 애엄마는 나보고 차로 데려갔다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점방이 동의대학교에서 지척이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철로 출퇴근하는 게 몸에 밴 나로서는 일상의 파격을 각오해야 한다. 오전 9시 10분 전까지 훈련장에 당도해야 하는 막내딸과 점방 개시 시간을 조율함은 물론 도로 사정까지 다 감안해 출발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전철에 몸을 맡긴 채 느긋하게 음악을 들으며 몽롱한 졸음에 겨워 하던 나는 네비게이션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지뢰처럼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속도 측정기를 달래려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쉼없이 놀려야 하는 수고로움에 또한 지친다. 오후 5시쯤 훈련을 마치는 막내딸한테 아빠가 일하다 말고 점방을 비우기가 영 상그러워 그러니 전철 한 코스 거리인 점방까지 직접 와주면 아빠랑 같이 차로 퇴근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알았다고는 했지만 아픈 아이한테 끼치는 불편이 아무리 사소해도 아비 마음은 무겁다.
그럼에도 머리 깎으러 왔다는 손님이 주차하면 1천 원 받을 거 5백 원만 받는다고 엄청 생색을 내는 주차장 관리 노인이 며칠 차를 박아 놓아야겠다고 하자 하루치 주차요금으로 3천 원만 받아서 오감했다. 평소 데면데면하게 굴던 노인이 베푼 배포 큰 에누리는 어쨌거나 일 년 가까이 얼굴 트고 지낸 정 덕분이리라. 퇴근하는 차 안에서 막내딸과 알콩달콩 얘기를 나누고 모처럼 외식도 같이 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차를 몰아 가능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이치란 좋고 편한 것과 나쁘고 불편한 게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섞여 있어 조화롭지 않나 싶다. 이번 주는 이렇게 호오好惡의 파도에 몸을 맡겨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