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내가 '더불어숲'이라는 이미지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까닭은 그것을 마음속의 그림으로 간직하기 시작했던 곳이 삭막한 감옥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방에서 가끔 혼자서 읊조리던 <엘 콘도르 파사>의 노래가 계기였다고 기억한다. 나뭇가지 끝을 떠나지 못하는 달팽이보다는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참새가 되고 싶고, 못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다는 첫 구절은 당시 갇혀 있던 나로서는 매우 가슴에 와 닿는 시구였다. 당시의 심정이 가지 끝을 떠나지 못하는 달팽이와 같았고 한 점에 박혀 있는 못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일 감동적인 반전은 마지막의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다"는 구절이었다. 길은 참새처럼 훨훨 떠나는 이미지였음에도 오히려 한 곳을 지키고 있는 숲이 되어 발 밑의 땅을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갇혀 있던 나로서는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비록 떠날 수는 없지만 숲은 만들 수 있겠다는 위로였고, 동시에 감옥의 가능성이기도 하였다. 돌이켜 보면 발 밑의 땅을 생각하며 숲을 키우는 것, 이것은 비단 나만의 감상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과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