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방 옆의 옆 <BB*치킨> 점방 불이 한동안 꺼져 있더니 두문불출하던 젊은 남자사장이 엊그제 기어이 '임대 및 양수양도'라는 문구가 박힌 팻말을 써붙이고야 말았다. 떡볶이를 참 잘해서 그걸로 점방 간판을 삼은 맞은편 떡볶이 점방도 그제부터 감자탕 점방이 새로 들어서려는지 인테리어 인부들로 복작거렸다. 들인 시설비 벌충하자면 한두 해는 더 이어나가야 한다는 주변의 귀띔이고 보면 떡볶이 사장이 업종을 전환한 건 아닌 성싶고<BB*치킨>처럼 매물로 내놨는데 요행히 새 임자를 금세 찾은 모양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이라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새삼 뼈를 때린다.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치고 성공 예감으로 자기 최면을 걸지 않은 자 없고 좌절이나 실패부터 미리 염려하는 회의주의자도 없을 테다. 사전에 나름대로 꼼꼼하게 시장 조사를 해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이 섰으니까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겠는가. 물론 시작과 동시에 승승장구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풍요롭지는 않아도 운신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벌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혹독한 인내의 시기를 견뎌야 하는 게 통상적인 장사치의 운명이고 보면 그 기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물질적, 정신적 초기 투자를 각오해야지만 피 터지는 생업 전선에 비로소 참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인내의 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져 기진맥진해져 버린 나를 추스릴 현실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생각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재수없어서.
<BB*치킨> 젊은 남자 사장이나 떡볶이 점방 젊은 여자 사장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그러니 그들이 점방을 내놓게 된 내밀한 사정을 알 턱이 없다. 쓸 만한 집기 챙기러 점방 들른 <BB*치킨> 사장과 마주쳐 스치듯 눈인사 나눈 게 다인데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착잡함에 마음 스산해진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나를 독하게 응시하게 된다. 당장은 아니라도 나 역시 그일 수 있다는 두려움.
2023년 2월의 마지막 사흘 간은 개업한 이래 가장 피곤했던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꽉 찬 달보다 사흘이나 모자란데도 스스로 매달 정해 놓은 매출 가이드라인을 맞추려고 목을 길게 빼고 손님들을 기다렸건만 거짓말처럼 발길이 뚝 끊긴 점방은 무섭도록 냉랭했다. 문득 확장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나날이 이어진다면 과연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암울한 타산에 마음 무겁다. 주인 떠나 휑한 <BB*치킨>과 떡볶이 점방이 을씨년스러운 뒷배경으로 나를 더욱 옹송그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