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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어렵다

by 김대일

개업하기 직전까지 일당 받고 알바했던 커트점은 내 점방에서 전철역 2코스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10년을 훌쩍 뛰어넘는 베테랑 업력을 자랑하는데다 저렴한데 실력은 좋다는 평판이 자자해​ 이 동네 주민 중에는 동네 커트점이나 이발소가 영 내키지 않아 거기까지 내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커트점은 부산 이미용업계 샘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자자하다. 특히 손님들이 가장 몰리는 주말 근무에 투입되는 알바 샘들은 주말 아침 점방 문 열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로 충격을 일단 세게 받고, 주는 일당의 곱절 이상 직원을 부려먹으려는 원장 심보 때문에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늦어도 7~8분 안에 커트를 끝내고 마는 원장 커트 기술은 신기에 가깝지만 그 속도를 맞추지 못해 밀리고 마는 염색과 염색에 이은 샴푸 행렬로 넋이 나갈 지경인데도 자기 몫은 다했으니 나머지는 피고용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절 다 미루는 원장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원장 본인만 모르지 이 바닥 알바 샘들한테는 일파만파로 퍼진 지 오래다.

아무튼 거기서 주말 근무로만 1년 반을 죽을둥살둥 비지땀깨나 흘린 덕분에 개업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신출내기답지 않게 점방을 노련하게 꾸려갈 수 있어서 고맙기 그지없으면서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번 북새통인 곳에서 평상심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길면 석 달, 아니다 싶음 한 주 만에 나가떨어지는 주말 근무 알바 심정을 이해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일꾼다운 일꾼을 구할 수 있음을 그 원장은 유념해야 한다. 널린 게 일꾼이라며 안이했다간 직원 없이 원장 혼자 일하는 수가 있다. 낼모레면 고흰데 점방 오래 해먹으려면 지금보다는 유연해야 한다.

친구 따라 꼼장어 먹으러 갔다가 알게 된 커트점(그 동네 명물 꼼장어집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이웃이다)을 오랫동안 드나들었다는 손님은 최근에서야 내 점방을 발견했단다. 커트와 염색이 이어지는 내내 깎새 동작을 꼼꼼히 살피는 게 집에서 가까운 데 놔두고 멀리 갈 필요가 있겠냐고 선선히 말은 하지만 간 보는 게 확실했다. 그러면서 이전 단골 커트점 원장 흉을 본다.

"깎는 게 너무 성의가 없어. 한번은 짝짝이로 깎아 놓은 거야. 왜 이 모양이냐니까 머리가 떠서 그렇다면서 무스를 바르래잖아. 내 평생에 머리에다 뭘 바른 적이 없는데 말야. 그 다음부터는 원장 대신 염색 바르는 여자 시다한테 깎아 달랬어. 원장보다 훨씬 잘 깎드만."

전부터 원장 행상머리가 탐탁지 않았단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지. 차라리 다른 데로 옮기려고 마음먹던 차에 내 점방이 눈에 들어온 게다.

이전 단골 커트점 원장이 계속 화제의 중심이 되자 입이 근질근질한 깎새가 아는 척을 좀 하자 의심쩍은 눈초리로 노려보는 손님.

"거기서 한 1년 반 알바한 적이 있습니다."

원장 허물 들춰내기 바쁜 손님 비위를 맞춰주긴 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단골 커트점을 옮기면 이 손님 다른 데서도 이런 식으로 내 흉을 볼 거 아닌가. 다른 데 안 가게 꽉 붙들어 매는 게 우선이겠지만 흠 잡힐 짓을 안 해야 한다. 머리만 잘 깎으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는데 신경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래저래 장사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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