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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잘하려면

by 김대일

토요일 오후 KBS1에서 방영하는 <사랑의 가족>을 보다가 머리 깎는 손님을 앞에 두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잘못이 뻔히 드러났으면 그 잘못을 인정하고 얼른 시정하겠다고 사과하면 될 일을 씨알도 안 먹히는 변명을 해명이랍시고 늘어놓는 꼬라지하고는. 하기사 공무원 입에서 잘못했다는 소릴 듣겠다는 발상 자체가 가당찮긴 하지만."

무장애공원은 장애인 및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공원의 장애요소를 최소화하는 환경을 조성한 공원을 일컫는다. 그런 무장애공원을 만든다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3번씩이나 설계를 변경해 당초 계획됐던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2곳을 없애질 않나 공원 진입로부터 숲길로 가기까지 경사까지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 부산 동래구 명장공원은 그야말로 장애인 접근금지 공원이나 다름없었다. 그 지역 구의원이 관할 구청이 보행로 보수나 장애인 화장실,간의 의료시설 따위 편의 시설 확충에 집중하기보다 2,300만 원짜리 나비 조형물, 1,900만 원짜리 파고라 조형물 따위에 예산을 들이는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구린 냄새를 맡은 듯이 역한 기분이었다.

'장애인 주차장은 주민 반대 때문에 안 만들었지만 주민 설득 중에 있다.'

'화장실이나 CCTV 설치는 계획 중에 있다.'

거기가 어디고 누가 됐든 뒷북 치는 공무원의 해명은 대동소이하다. 해명 화법을 단체로 일타 강사한테 배웠는지 다들 어쩜 이리 창의적이질 못할까.

좀 다른 얘기다. 급하다고 돈 빌려가선 안 갚는 국민학교 동기를 성토하는 글로 동창 모임 SNS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글쓴이하고 안면이 있어 꼼꼼하게 읽어보니 안 빌려줬으면 가게 임대료나 기타 경비로 충당할 금쪽같은 돈이었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민학교 동기 부탁이라 의리 상 아니 빌려줄 수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고 보니 머리 검은 짐승은 구제 말라는 의미를 이제서야 깨달았다면서 친구 사이의 신뢰를 저버린 인간 말종은 공동체 밖으로 아예 추방시켜 경계 삼아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금전 다툼 말고 있을 수 있는 둘만의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왈가왈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견원지간으로 전락해 버린 문제의 본질을 채무불이행으로 국한시킨다면 둘 사이를 복원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채무자가 하루라도 빨리 돈을 갚되 상환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는 심정으로 진정한 사과를 함께 건네는 정성을 기울여 한 땀 한 땀 우정을 다시 꿰매는 게 더 막중한 처신이다. 어쩌면 돈 갚는 것보다 더 어렵겠지만 그것만이 동창들 사이에서 땅에 떨어져 진창길에 나뒹굴고 있는 우정과 신뢰를 회복하는 오직 하나뿐인 방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과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거든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을 추천한다. 참고할 만하다. ​


​<사과의 충분조건 6가지>

1. 사과한다고 말한 뒤 '하지만'이나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마라. 변명으로 들린다.

2.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라. 과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3.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라. 사과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과에 책임 인정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4. 충분한 보상책을 제시하라. 피해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면 더할 나위 없다.

5.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앞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6. 쉽지 않지만 용서를 청하라. 그래야 용서받을 수 있다. (김호, 정재승, 『쿨하게 사과하라』, 어크로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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