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싸다고 하면 혹시 숨겨 둔 꿍꿍이가 없는지 의심하거나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서 저러겠지 생뚱맞은 시샘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간혹 있다.
점심 백반 한 상을 차려주면서 단돈 천 원만 받는 전라도 광주 '해뜨는식당' 주인은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는 임차인이자 주위 후원을 받아야지 근근이 운영이 되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식당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보험설계사로 투잡을 뛰는 인물이다. 돌아가신 모친의 유지를 이을 뿐 어떤 후광도 저의도 없는 식당 주인한테 영치금을 넣어달라는 편지가 빗발치더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넘어 분노까지 치밀었다.
김해 촌구석에다 커트 만 원하는 커트점을 열어도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데 이런 데서 5천 원만 받으면서 사서 고생하는 까닭이 뭐냐는 질문인지 힐난인지 분간이 안 가는 말을 내뱉는 손님한테 굳이 변명을 늘어 놓을 필요성을 나는 느끼지 못한다. 꼭 들어야겠다면 내 대답은 '할 만하니까 합니다'로 하겠다. 싼 요금 덕에 손님이 몰리면 몸은 고되어도 매출은 늘어나니까 다다익선의 수완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 비싼 요금 내걸고 점방 파리 날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냐고 친절하게 첨언할 수도 있고. '해뜨는식당' 주인과 똑같이 깎새 역시 달달이 월세를 지불하는 임차인이고 그 월세에 더해 공과금 따위 고정비 이상을 벌어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영세업자로 냉혹한 상업의 세계에서 적자생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그만 신경을 꺼주십사 하는 당부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겨우 말았다.
숨겨 둔 저의나 믿을 만한 구석은 젠체하는 자들의 전유물이다. 그것이 있고 없음으로 개인 능력의 있고 없음을 재단하는 건 인간사 불변의 꼴불견이지만 그것을 전가의 보물인 양 애지중지하며 행여나 부서질까 놓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그 기울이는 정성의 터럭만큼이라도 숨겨 둔 저의나 믿을 만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자들에 대한 선의의 배려로 쓸 수만 있다면 성인군자가 될 만한 자질이 충분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