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과 퇴폐이발소 회전간판의 유사성

by 김대일

밥만 먹고 살 순 없으니 매일 내 글을 읽는 당신이나, 매일 쓰는 버릇하는 나도 쉬어가는 코너 하나쯤 필요할 듯싶다. 그래서,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시를 읽자는 게 내가 정한 꼼수다. 이름하야 <시 읽는 일요일>. 그렇다고 남의 시 한 수 달랑 끼적대고선 오늘 할 일 끝! 손 놓기엔 적잖이 무안하니 시를 핑계 삼아 내 멋대로 사족 다는 장난을 곁들일까 한다. 일전에 「방문객」이란 시를 걸고 난장을 쳤었는데 썩 나쁘지는 않더라.

그럼 첫 개시로 무슨 시를 읊어 볼까.



오징어


유하



눈 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오징어를 모여 들게 켜는 집어등마냥 단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세상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오늘도 이발소 회전간판은 연신 돌아간다.

이발소 회전간판을 처음 만든 사람은 1540년 이발사이면서 의사였던 파리의 메야나 킬이란 사람이다. 간판 안엔 빨강, 파랑, 하양 3색이 서로 사이좋게 섞여 돌아가는데 파란색은 정맥, 빨간색은 동맥, 하얀색은 붕대를 의미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사 일도 겸했기 때문인데 이발소에서 이발과 함께 간단한 외과 수술도 행해졌다.

회전간판 돈다고 다 똑같은 이발소가 아니란다. '휴게소', '마사지', '○만 원' 따위 글씨나 야릇한 여자 그림이 3색을 빙자해 돌아가면 더 볼 것 없이 퇴폐업소다. 저녁놀이 지면 건전한 업소의 회전간판은 모두 꺼지지만 걔네들은 그때부터 영업 개시다. 그러니 얼빠진 자여, 의심하라. 눈 앞의 찬란한 빛에 속아 순간의 쾌락에 빠지다간 죽음과도 같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니까. 그러고 보면 <퇴폐이발소 사인볼>이라 제목을 달고 읊어도 뜻이 통하네! 시를 이딴 식으로 유용流用해 시인한테는 미안하기 그지없지만.

작가의 이전글아지트 속의 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