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문을 여는지 궁금해하는 손님이 더러 있다. 행인들 보라고 바깥에 붙여 둔 안내판에 점방 열고 닫는 시간을 표시해뒀는데도 직접 묻는 까닭을 모르겠다.
문 여는 시간만 물어보는 게 아니고 이른 시간에 문을 왜 여느냐고, 그런 걸 왜 물어보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가는 질문까지 물어올 때를 대비해 내 대답도 정형화시켜 버렸다. 이런 식이다.
"개업하기 전에 시장조사를 해보니 배후에 있는 배수지에서 아침 운동하는 어르신들이 많으시더라구요. 또 인근 가야공원으로 산책 다니시는 분들도 제법 많고. 그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 아침 장사 쏠쏠하겠다 싶어서 딴 점방보다 좀 일찍 여는 편입니다.
7시 반에 점방 문 여는 게 일찍 여는 편도 아닙디다. 근처 어떤 커트점(버스 한 코스 거리인 부친 점방을 말한다)은 새벽 6시 반부터 열어놓고 평소에는 대여섯 명, 운빨 닿으면 그 새벽에 열 명 넘게 깎고 하루를 시작하더라구요. 아침 손님 서넛만 받아도 얼마나 든든한데요. 장사는 첫 끗발에 많이 기댑니다."
개업하고 1년쯤 지나니 아침 7시 반 전후면 득달같이 찾는 손님들이 생겼다. 부친 점방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점점 느는 게 느껴지니 고무적이다. 고정 매출이라는 게 생긴 지는 꽤 됐지만 마수걸이가 늦어지면 조바심 나는 건 여전하다. 안정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변동성에 좌지우지되는 희비쌍곡선이다. 그런 와중에 아침 손님은 천군만마다. 얼마 버느냐는 별개 문제다. 하루에 몇 명이 들든지 일단 개시했다는 안도감이야말로 '오늘도 무사히!'하며 전열을 가다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첫 끗발의 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