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죽었다

by 김대일

내 친구 L이 죽었다. 삼 년 전 급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한 잔 하기로 한 K한테서 부고를 들었다.

K와는 동래 전철역에서 원래 만나기로 했다가 빈소가 마련된 토성동 장례식장으로 급히 변경했다.

L은 대학 학과 동기다. 학부생 때부터 공부에 일가견을 가진 녀석이었다. 비상한 두뇌로 임용고시도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공립 국어교사로, 장학사로 활동하다가 녀석 표현대로라면 교육감 뒤치다꺼리하러 교육청으로 들어간 게 몇 해 전쯤이었다. 그러다 교육청 귀신이 되고 말았다.

공부만 하는 샌님이었다면 내가 녀석을 좋아했을 리 없다. 녀석은 노는 두뇌도 잘 발달되어 있어서 학부 때부터 나같이 강의 시간 땡땡이 치고 낮술 퍼마시던 허랑방탕한 패와도 잘 어울렸다. 낮엔 술 처마시고 밤새 공부했을 녀석이 지독했지만 전혀 밉지 않았다. 우리는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나 술에 취하고 흥에 취했다.

삼 년 전 불의의 득병 소식을 듣고 멍했다. 문병을 가려 했으나 환자 상태로 봐선 안 가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다른 친구의 조언에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녀석은 불귀의 객이 됐고 나는 영정 사진 속 해맑게 웃고 있는 녀석을 쳐다볼 뿐이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원통해서 할머니 돌아가시던 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통곡했던 이래 처음으로 나는 대답 없는 녀석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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