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상이'라는 경상도 말이 있다. 사전을 뒤지면 '실없쟁이'와 같은 말로 쓰인다. 즉 실없이 구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단골 중에 말이나 하는 짓이 실답지 않은 인물이 간혹 보인다. 그렇다고 당사자 앞에서 표나게 굴면 절대 안 된다. 손님더러 언행에 유의하라고 주의를 주려면 내일부터 장사 접겠다는 각오가 필수겠지만 그럴 일이 일어날 리 없으니 씨상이가 점방으로 입장하면 오늘은 또 뭘로 사람을 어이없게 만들지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장사를 해야 하니 참 고단하다.
그제 아침 한 단골은 매달 이맘때쯤 커트와 염색을 하러 들른다. 점잖아 뵈는 외양과는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주변 때문에 장단 맞춰 주는 건 진작에 포기했다. 이런 식이다.
주차장 관리요원으로 격일제 근무를 한다고 자신의 직업을 밝힌 그가 화요일 오려다가 오늘(목요일) 왔다고 생색을 내길래 점방 정기 휴무일을 피해 왔나 보다 하고 귓등으로 흘려 버리려는데 갑자기 "이발소는 보통 언제 쉽니까?" 묻는 게 아닌가. "요일을 정해 놓고 일괄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미장원은 언제 쉬죠?" 재차 물어서 또 시작이다 싶어 "나야 모르죠" 무심하게 대답하고선 이후로는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동네 보니까 일요일 쉬는 미장원이 태반이던데."
"…"
"이발소도 일요일에 많이 쉬지 않을까요?"
"…"
"언제 쉽니까?"
"화요일 쉽니다."
"이발소들은 보통 화요일 쉬긴 하더라."
"독실한 원장은 일요일에 쉬기도 해서 딱 화요일 쉰다고만 볼 수도 없어요."
"그럼 주인장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네요?"
"예."
"남들 쉴 때 일하면 매상 올리고 좋지 뭐."
"…"
"그럴 바에야 화요일도 문 열어요. 손님 왕창 끌어모으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손님을 쏘아 보면서)
"그럼 나는 언제 쉽니까?"
"…"
말이나 말면 중간은 갈 텐데, 이 양반을 한 달에 한 번씩 봐야 하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다.